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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1 20091210 - Nate News [사회]세상을 바꾸는 ‘착한 디자인’
배움블로그2013. 10. 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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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행복한 대야’ 등 의미있는 가치 강조

물리적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할 수 있는 ‘행복한 대야’.

기술 발달은 제품 간 기능의 차이를 줄였다. 이제 사람들은 기능보다 디자인 차이에서 만족을 얻는다. 디자인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자 경쟁력이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외형적 완성도를 갖춘 제품은 생산되고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소비의 촉진이 아닌 생각의 전환을 고민하는 프로추어(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합성어) 디자이너의 작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라는 제목의 글에 수십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게시글에는 깨끗하지 못한 물로 인해 고통 받는 아프리카인을 위한 작품이라는 설명과 몇 장의 사진이 실렸다.

각국 국기 속에 환경파괴 문제 제기
작품 이름은 ‘행복한 대야’(Happy Basin). 원리는 간단하다. 오염된 물 위에 구멍 뚫린 대야를 띄워 놓고 힘을 가해 눌러주면 바닥의 구멍을 통해 물이 스며든다. 스며든 물은 본체에 내장된 필터를 통해 걸러져 깨끗한 상태로 고인다. 즉 행복한 대야를 통해 오염된 물을 정화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행복한 대야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프리카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등 디자이너의 ‘착한 생각’을 칭찬했다. 칭찬 댓글이 줄을 이었고, 이는 게시판을 넘어 개인 블로그로 확산되면서 잔잔한 울림을 일으켰다.

행복한 대야의 디자이너는 건국대 산업디자인 학과 동기생 김우식(28)·최덕수(29)씨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지난 10월에 열린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철해치상과 시민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들이 행복한 대야를 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미디어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가 오염된 물을 여과 없이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작은 실천을 생각하고 실제로 구현한 것이 행복한 대야다.

김씨는 “단순한 외형 때문에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필터 부분에서 전문성만 갖춘다면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구상한 방식에 전문적 기술만 보완된다면 오염된 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특허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뜻있는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더 좋은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유니세프 등을 통해 무료로 제작·배포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냉장고 안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 냉장고’.(위 왼쪽)
‘World War M’은 국기를 통해 환경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작품이다. (위 오른쪽) ‘스위치’는 플러그를 돌려 대기전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디자인을 활용해 문제를 제기한 작품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철해치상을 받은 ‘World War M’은 환경 파괴의 위험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이 담긴 포스터다. 이 작품은 지구 온난화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국기를 통해 표현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온난화로 인해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음과 양의 조화가 무너진 태극무늬를 통해 나타냈다. 일본의 경우 국기에 사막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사막화에 대한 경고를 표현했다.

이 작품을 만든 이명우씨(27·국민대 디자인대학원)는 “간접적 표현을 통해 사람들이 환경 파괴의 위험에 대해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 “환경 파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디자이너의 생각이 디자인을 통해 비판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실천 보다 쉽게
에너지 절약을 고민하는 생활 밀착형 작품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용진씨(25·공주대 제품디자인과)는 작은 습관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했다. ‘스위치’라는 작품은 대기전력(전기 플러그를 뽑지 않아서 소모되는 전력)이 총사용 전력의 11%에 이른다는 사실과 이것이 사람들의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김씨는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돌리는 방식을 생각했다”면서 “젖은 손 등 부주의로 일어나는 감전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간단하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이 작품은 실제로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서울 디자인 올림픽에서 시민상을 받았고 중국·대만·스웨덴 등의 디자인 잡지에서 관심을 보였다. 김씨는 “사소하지만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준다는 점에 관심을 보여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원대 산업디자인과 이종록씨(27)와 김윤정씨(23)가 선보인 ‘투명 냉장고’(Window Refrigerator)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이들의 생각이 녹아 있다. 투명 냉장고는 문을 열지 않고 안을 볼 수 있다. 표면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불투명한 상태로 외관상으로는 일반 냉장고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손을 대면 표면이 투명하게 변해 냉장고 안을 확인할 수 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동안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고안한 작품이다. 게다가 냉장고 칸마다 문을 따로 만들어 문을 여닫을 때 소모되는 에너지까지 최소화했다. 투명 냉장고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남지현씨(22)는 “외형상으로 뛰어나진 않지만 에너지 절약에 대한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인상적인 외형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작품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창섭 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상업적 디자인 제품의 홍수 속에서 삶의 가치나 감동적인 부분을 강조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외형을 통해 드러나지만 가치는 외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그 속에 담겨진 디자이너의 의미나 사회적 고민 등이 개인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오 교수는 “앞선 작품 모두 소수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이 녹아 들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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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