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블로그2013. 8.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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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은 말 그대로 새빨간 거짓말이 되었다. 2008년 기준 한국의 2대 수출품은 휘발유·경유·등유·벙커C유와 같은 진짜 '석유'였다. 현실은 하루 수입되는 원유 중 33%를 다시 역수출하고 그 중 경유가 35%다.

한국에 있는 정유사들의 1년 매출 중 50%가 석유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돈이다. 심지어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150억 달러 수출탑을, 에쓰오일은 100억 달러 탑을 받을 정도니,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도하는 선도 기업이다. 한국이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만도 전 세계 50여 개국이다.


1.석유는 수출탑받은 외화벌이

한국은 상식을 깨는 판타스틱한 나라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지난해 한국 경제의 목을 조르고 반도체·자동차 수출 감소를 가져와도 석유를 되파는 정유회사는 당당히 수출탑까지 받았다.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 국내 정유사들이 말 그대로 ‘기름’을 팔아 그 무역 적자를 메워주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름 팔아서 무역 수지 적자 때려 막았다’는 말이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기름값이 폭등하면 항상 정유 회사는 첫번째 비난 대상이다. 정부는 기름값을 떨어뜨리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 가격을 처음 공개했다. 자연스러운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최종 소비자 가격이 제일 비싼 SK에너지가 공급 가격이 제일 싸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했다. 따라서 이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2. 왜 휘발유 값이 비싼가

한국의 정유 시장은 2강 2약 구조로 4개 회사가 주축을 이룬다. 전국 주유소는 2009년 초 기준 1만 2603개다. 이 중에 SK와 GS가 사실상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다. SK는 3분의 1이 넘는 주유소 점유율(36%)과 휘발유 시장 점유율 40%로 사실상 가격을 선도하고 있다.

보통 한국에서 휘발유나 경유의 유통 구조는 정유사a 주유소로 가는 2단계 유통경로, 정유사-> 대리점->주유소로 가는 3단계 유통경로가 있다. 다른 업종의 경우 흔히 유통 단계가 늘어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 주유소가 공급받는 유류 가격은 정유사와의 직거래보다 대리점을 통할 때 더 싸다.

'현물 거래'라는 덤핑 물량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리점에서 목표치 달성을 위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공장도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거치는 단계가 늘어난다고 유류 가격이 무조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둘째로 정유 회사 별로 옥탄가가 달라서 브랜드 별 기름품질이 차별화된다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해당 지역별로 송유관 공사라는 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천안지역 송유관공사의 기름은 현대 오일뱅크의 기름이다. 이 경우 송유관공사에서는 수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환 물량이라는 명목으로 오일뱅크뿐만 아니라 SK나 GS에도 공급하는 것이다.

SK는 SK네트웍스라는 중간 대리점을 거친다. 문제는 SK네트웍스를 통하지 않고 기름을 구입하면 OK캐쉬백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SK네트웍스에서 유통하는 기름은 주유소 공급가격이 다른 회사 대리점보다 비싸지게 된다. 결국 캐쉬백이라는 것 자체가 자기 돈인데도 불구하고 적립금이라는 특성 때문에 계속 SK네트웍스서 공급하는 주유소를 찾게 된다.

 


3.기름값에 붙는 세금폭탄 어찌할꼬

이런 정유사들의 독점 유통구조가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의 기름값이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데도 체감할 수준으로 빨리 변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세금이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 관련 세금만 연간 30조 원을 거둔다. 그 중 기름값에 붙는 유류세(소비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로만 20조 6576억을 벌어들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자동차는 휘발유와 더불어 세금으로 굴러가는 꼴이다.

지난해 정부는 ‘유류세 10%를 깎은 것이 물가 인하 효과가 없다’면서 세금 수입 줄어드니까 올해는 유류세 인하 못한다고 버텼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유류세 10% 인하했다고 해도 세수가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 유가가 올라가는 바람에 매달 485억씩 더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가를 잡는데 효율적인 경유관련 세금을 내린다는 소리는 전혀 없다.

 


4. 잃어버린 10년 세금폭탄

지난 10년을 빗대 ‘잃어 버린 10년’에 ‘세금 폭탄’이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런데 정작 ‘감세로 경기 부양하겠다’는 정부에서 기름값으로 세금 폭탄을 때리면서 유류세 인하하라니까 말도 안 되는 “세수 부족 운운”하면서 헛소리다. 기름이 일반 필수품이자, 기름값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정도로 민감한 나라에서 새 정부 출범할 때 5년간 7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감세 규모를 계획했던 것은 어디로 갔나.

다시 기름값이 올라 가는 상황에서 정유사 기름값 공개만으로는 자율 경쟁 체제의 국내 기름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올해 초 SK를 시작으로 4대 정유사들은 설비 투자 확대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인해 기름값을 자발적으로 인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5. 유류세 10% 인하 주행세 폐지해야

내년 상반기까지 유류세 10% 인하해 가계 지출을 보존해 주는 것만이 정부에서 말하는 감세 효과다. 3월에 원유와 석유 제품에 올린 관세율을 그 이전으로 내려야 한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사실상 세금 변동이 없다. 교통세를 25% 인하해 생색낼 동안 주행세는 32%에서 36%로 인상했다. 유가 보조금 또한 수요가 줄어들자 주행세를 26%로 내리고 대신 휘발유나 경유 교통세를 올렸다.

주행세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경유는 원래대로 휘발유:경유:LPG=100:85:50 비율이 되도록 유류세를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다. 경유값 급등으로 인한운송비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확산을 막는 길이다.

한국은 사실상 정유사간 기름값 단합이 이뤄지는 나라다. 또한 외국과 비교해서 유류세가 상식을 초월해 붙는 나라다. 그러므로 정부의 감독 없이 외국처럼 자유적인 시장 가격 조정은 아직 요원하다.

국내 기름값 인하는 사실상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끊임 없이 시장 논리를 강조하는 이율 배반적인 나라에서 그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소비자들인데 말이다.

다음회 예고>>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의 허와 실

MB정권을 강부자 정권이라고 한다. 거기에는 부동산에 대한 시선이 깃들여져 있다. 이른바 “강남 부동산 불패신화”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 미국발 서브 프라임 금융 위기였다.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부동산 가격 동향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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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