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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쉽다던 막노동꾼 출신 장승수 변호사

2008년 10월 14일(화) 9:47 [한국경제]

"내가 잘못하면 의뢰인이 잘못돼… 공부는 쉬워도 변호사는 어렵네요"

유난히 추웠던 1996년 1월.대한민국은 '공부가 가장 쉬웠다'는 공사장 막노동꾼 출신 한 서울대 인문계 수석 합격생의 '인간 승리'로 뜨거웠다. 고교 졸업 후 6년간 가스 배달,포클레인 조수,택시 기사,공사장 잡역부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한 청년의 '무한 도전'이 이뤄 낸 성과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그리고 12년.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법조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그 청년은 맡고 있는 사건만 70여 건인 3년차 변호사가 돼 있다. 일감 부족으로 허덕이는 변호사들이 숱한 요즘 판.검사 경력 없이 개인 변호사로 시작해 성공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막노동꾼' 출신 장승수 변호사(37.연수원 35기)를 13일 그의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 변호사가 주로 다루는 사건은 기업 사건.코스닥 상장 기업 고객이 많다고 한다. "처음 개업했을 때는 막막했죠.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그래서 아주 사소한 전화 상담이 들어오더라도 정확하게 판례까지 찾아 가면서 답변을 해 줬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야근해도 피곤한 줄 모릅니다. "

장 변호사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대학 진학은 생각도 못하고 고교 졸업 이후 공사판 등을 전전했다. 생계를 꾸려 나가긴 했지만 미래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삶을 바로잡기 위한 마지막 대안으로 '공부'를 택했는데공부시작 6년 만에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책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김영사)를 펴 냈는데 지난 10여년간 100만권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그의 대학 등록금과 생계비를 충당하는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장 변호사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공부가 가장 쉽다고 생각할까. 수능 시험에 이어 어려운 사법 시험을 통과하기까지 그도 만만치 않은 세월을 보내야 했을 터.하지만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부는 자신하고의 싸움이죠.제가 공부를 안 하면 제가 잘못되는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 일은 제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 의뢰인이 잘못되게 되죠.아직도 공부는 제게 가장 쉬운 일입니다. "

막노동 등 각종 아르바이트 경험은 그의 변호사 생활에도 도움이 됐다. 한번은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통해 공사를 중지시킨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됐다며 채권을 압류해 가려는 사건을 맡았다. 상대방 변호사 측은 재판 도중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크레인이 자재를 옮기는 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사판에서 잔뼈가 굵은 장 변호사는 "콘크리트를 쳐야 하는 단계인데 크레인으로 자재를 들어 내고 있는 사진이기에 이것은 공사를 중지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변론으로 녹여 낸 장 변호사가 승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06년 사법연수원 졸업 당시 대형 로펌들의 러브 콜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상위권이었지만 장 변호사는 개인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내년쯤에는 새로운 목표를 고민해 볼까 해요. 하루 하루 성실하게 도전하는 것,재밌잖아요. "

박민제 기자/임대철 인턴 pmj5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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