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우주에는 우리가 아는 물질이 약 4% 밖에 되지 않는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처럼 우리가 잘 아는 것들이 여기 해당한다. 그렇다면 우주의 나머지 96%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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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에도 등장하여 미국 경제의 비밀을 설명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 이래로 미국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허덕였다. 그 규모가 엄청나서 세계의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미국경제의 몰락과 뒤이은 세계 경제의 위기를 우려해 왔다. 하지만 그 반대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주장도 꽤 있었다.
후자의 입장 중에서 아주 흥미로운 경제이론이 바로 미국 경제의 암흑물질론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리카도 하우스만(Ricardo Hausman)과 페더리코 스투제니거(Federico Sturzenegger)는 2005년 <미국과 세계의 불균형: 암흑물질이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U.S. and global imbalances: can dark matter prevent a big bang? )>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결론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경제통계에 잡히지 않는 뭔가가 미국의 엄청난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만과 스투제니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무엇’을 암흑물질이라고 불렀다. 물리학의 암흑물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들이 지목한 암흑물질의 정체는 바로 미국의 해외투자였다. 미국의 지식이나 기술력 혹은 브랜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미국이 해외에 직접 투자할 때 이로부터 유발되는 지식서비스가 일차적으로 암흑물질의 근원이다. 또한 미국 자산의 안전성이 담보하는 보험 서비스나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발권력,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지위 등도 암흑물질의 원천에 포함된다. 이 논문에 의하면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2조5천억 달러이다. 그러나 암흑물질을 집어넣고 다시 계산하면 같은 기간 2조8천억 달러를 더 수출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 논문에 나오는 미국의 연도별 누적경상수지 그래프를 보면 앞서 나온 은하의 회전속도 곡선과 매우 비슷하다. 암흑물질을 빼고 계산하면 누적적자가 해마다 계속 커져서 경상수지 곡선이 연도에 따라 밑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러나 암흑물질을 넣고 계산하면 이에 따른 수출효과 때문에 대부분의 누적적자가 상쇄되어 경상수지 곡선은 거의 수지가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실제 관측한 별들의 회전속도가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줄어들지 않고 거의 똑같은 속도분포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전체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은 투명인간만큼이나 상당히 매력적이다. 약간 뉘앙스는 다르지만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고전에 속한다. DNA에도 암흑물질이 있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DNA에서 유전자가 존재하는 부분은 전체 DNA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DNA의 많은 영역은 ‘어두운’ 영역으로서 ‘게놈의 암흑물질’로 불린다. 여기에는 생물의 발생과정을 통제하는 일종의 유전자 스위치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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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리 시절에 미국의 경제 전망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었다면 어떤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의 ‘중성미자’가 미국 경제의 균형을 맞춘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울리가 중성미자를 예견한 것이 1931년이었는데, 이때는 아쉽게도 이미 대공황이 전 세계를 휩쓴 직후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피카소를 필두로 하는 입체파 화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듯이 물리학에서의 혁혁한 성과들은 종종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해외투자가 미국 경제의 암흑물질이라는 발상은 무척 참신하지만, 불행하게도 정작 물리학에서는 암흑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에서 암흑물질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리라 크게 고대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PAMELA, FERMI 같은 관측위성들이 암흑물질의 흔적으로 추정될 수 있는 데이터를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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