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칼럼2013. 8. 2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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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 [이코노미스트] [세금계산서 미발행시소액단위로 거래하라]

 

독일 고고학연구소 귄터 드라이어 소장은 1985년부터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남부 아비도스에 있는 스콜피언왕의 무덤에서 기원전 33백∼32백년의 점토판과 토기 3백여점을 발굴해, 98년 그 점토판에 그려진 그림들이 인류에 의해 쓰여진 최초의 문자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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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그 점토판들에 새겨 있는 내용인데 드라이어 소장은 “이들 대부분에는 스콜피언왕에게 세금으로 바쳐지는 기름 등의 숫자와 납세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말했다즉 인류 최초의 문자는 세금을 거두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던 것이다 (99년 하버드대의 리처드 메도 박사는 파키스탄의 하라파 유적에서 기원전 35백년의 문자를 발견했다고 하였으므로 어느 것이 인류 최초의 문자인지는 아직 논란의 소지가 있다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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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시에서 현대까지 인류생활사(찰스 앨런 외 지음)」는 기원전 3천년 유프라테스강 하류지역에서 고대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설형문자들에도 세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주인도 있고 왕도 있지만그들보다 두려운 사람은 바로 세리다’라는 격언이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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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배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두기 위한 통치자의 노력 역시 그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음은 물론이다이집트 고왕국시대에 중앙정부는 이미 나일강 엘레판틴 섬에 나일눈금(Nilometer)을 만들어 놓고 해마다 홍수의 수량을 파악하고 농사의 성패를 예측하였다즉 나일눈금 지점의 수심을 기준으로 8m이면 평년작이고, 2m 이상 낮으면 흉년으로 간주하면서 그에 따라 곡물을 세금으로 징수하였던 것이다이 눈금은 20세기 초까지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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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이쯤에서 끝내자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역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는가’이기 때문이다물론 탈세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은 아니다내가 과거에 엄청난 세금을 납부하였던 것은 애국자이어서도 아니고 탈세기법을 몰라서도 아니다탈세와 절세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하지만 ‘절세를 최대한 한 뒤 낼 거 다 내고 그저 두 다리 뻗고 편히 자고 싶어서’ 였다개인의 절세방법은 시중에 많은 책자들이 나와 있으므로 나중으로 미루고 사업자들을 위한 이야기에 당분간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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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맛보기로 하나만 살펴보자사업을 하다 보면 영수증을 죽어라고 안받겠다는 거래처들을 만나게 된다그러다 보니 세금계산서 교부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고 나중에 들통나는 경우가 있다국세청에서도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양반들이야 어디 그런 현실을 인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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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당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세금을 내면 되지 않겠느냐고예를 들어 사업자 A는 거래처와의 거래에서 모두 5천만원의 공급가액을 누락시켰고 그 사실이 세무서에 의하여 밝혀졌다고 치자(또는 누군가가 세무서에 친절하게 알려주는 바람에 꼬리가 잡혔다고 치자). 사업자 A는 그 거래가액이 5천만원임을 인정하고 회수도 간단하게 1회로 인정하였다여러 번 같은 죄를 범하였다고 하는 것 보다는 한 번만 했다고 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서였다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이 도래하기 이전이라면 그는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지 않은 죄 하나를 범한 것이 된다결국 세액 5백만원과 벌과금을 납부하여야 하는데 탈루액의 두 배인 1천만원이 벌과금으로 통보되게 된다(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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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거래가 5번에 걸쳐 매회 1천만씩 이루어진 것이라면(또는 그렇게 주장한다면벌과금은 각 행위 중 가장 큰 액수의 거래인 1천만원의 세액 1백만원을 기준으로 두 배가 계산된 뒤 다시 50%가 가중되어 3백만원이 된다그 거래가 50회에 걸쳐 매회 1백만원씩 이루어 진 것이라면(또는 그렇게 박박 우긴다면벌과금은 30만원이 된다(이 정도라면 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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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영수증 미발행 행위가 여러 번 이루어진 경우 벌과금은 ‘그 행위에서 가장 큰 액수의 탈루액의 두 배에 다시 50%가 가중된 금액’이 ‘전체 탈루액의 두 배’보다 작을 경우 그 작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영수증을 안 받겠다고 하는 고객에게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법을 지키겠다면 물건을 팔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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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전에 진로도매센타가 문을 닫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당신은 곧 망할 것이고 애국자로 표창받는 것도 아니다대신 당신의 경쟁자가 물건을 팔 것이다그 경쟁자가 바로 나라면 처음부터 소액 단위로 거래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투철한 고발정신에 불타는 내부 제보자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 대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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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