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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7 136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2. 2013.08.25 20091107 허풍은 수컷의 본능?
세이노 칼럼2013. 9. 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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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혹시 우연히 만난 생면부지의 이성에게서 가슴이 갑자기 아릴 정도로 시려지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고 난 뒤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니 가슴이 내려 앉는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세상 살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젠장. 단 하룻밤만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대상.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고 마는 영혼. 이른 바 휠(feel)이 꽂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내가 뭘 알겠냐 만은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같으며 운명적 만남으로 찬미하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Eyes Wide Shut 에서 그러한 감정은 현실을 위협하는 위험한 욕망으로 표현된다. 성공한 의사 빌 하퍼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앨리스는 친구가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성으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다음날 앨리스는 빌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여름 휴가 때 우연히 한 해군장교와 마주쳤는데 그에게 너무나도 강한 성적 충동을 느껴 그와 하루 밤만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 모두를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이다.

영화는 우리의 두근거리는 마음 뒤편에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이 성적 욕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본능이라고 부른다. 성욕을 일으키는 유전적 DNA 가 우리에게 본능으로 있다는 말이다. DNA의 역할은 종족 보존을 위한 교미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며 이 유전자로 인하여 수컷은 자기의 씨를 수많은 암컷에게 뿌리려고 하고 암컷은 우성 인자를 받으려는 목적에서 더 나은 수컷을 선택하게 된다.

고귀한 사랑의 감정을 프로이드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성적 본능으로만 조명할 수 있느냐고? 당신이 아무리 플라토닉 러브의 신봉자라고 할지라도 어떤 이성을 좋아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이미 성적 본능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것이 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성적 DNA가 가져온 은밀한 충동이다. 이른 바 전기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운명적 만남이라는 것이 사실은 종족 보존 DNA가 요구하는 최적의 교미 상대를 만났을 뿐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랑이라는 무대 위에 오르게 되면 우리의 행동과 마음을 그렇게 성적 유전자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 이것은 2000 2월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여서도 입증된다. 연구팀은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랑의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며 “남녀가 만나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교수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는데,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등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사람을 눈멀게 만들지만 유효기간은 2년 정도라고 했다. 성적 호기심이 일단 채워지면 더 이상 화학 물질이 처음처럼 분비되지 않으며 연인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실은 유전자가 분비 시킨 화학물질이 가져온 결과라는 말이다.

본능에 의해 지배되어 시작되는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우선은 외모 같은 육체적 조건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첫눈에 반하거나 첫인상이 좋아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첫 단추 하나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본능에 의하여 그렇게 지배된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결코 오래 갈 수가 없다.

칠순이 다 된 영원한 은막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매번 결혼을 할 때마다 “이제야 내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 사랑은 모두 깨져 버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본능에 의해 지배된 만남을 진정한 사랑으로 믿었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나라들에서 신혼 부부 3쌍 중 한 쌍 이상이 이혼을 하는 이유도 본능에 의해 치장된 감정을 진정한 사랑으로 오해하고 결혼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들이라 할지라도 상당수는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채 살아 간다.

국정홍보처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현 배우자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7.8%나 됐다. 두 쌍 중 한 쌍은 이미 깨져 있다는 말이다.

어느 부부는 남자가 여자를 만난 순간부터 너 아니면 못산다고 농약까지 마시며 자살 소동까지 벌이면서 결혼하였다. 헌데 1년도 안가서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고 다른 여자와 살림까지 차렸다. 이런 경우가 어디 하나 둘인가.

이혼 경력이 있는 기혼자였던 미국인 심슨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하고자 영국 왕위를 내 놓았던 에드워드 8세의 경우는 어떠할까? 당시 그는 왕위에 오른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렇게 고백하였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 나가기가 나로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 그날 밤 에드워드는 호주로 건너가 몇 개월을 있으면서 심슨 부인이 이혼 수속을 마칠 때 까지 기다렸고 드디어 프랑스에서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려 온 이 사랑 이야기는 아마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러브 스토리일 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들은 나중에 어떻게 살았을까? 그 두 사람은 “성격차이로 인하여” 별거하였다. 새겨들어라. 성격차이라는 말은 갖가지 이유들로 인해 대단히 많이 싸웠다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외교적 언어라는 것을.

기억하라. “왕자와 공주는 만나자 마자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였고 행복하게 평생을 같이 보냈대요.”라는 식의 동화들은 적어도 절반은 거짓이므로 만나자마자 운명적으로 빠져버리는 사랑은 기대하지도 말고 믿지도 말아라. 운명적 만남의 두근거림은 사랑이 아니라 본능적 DNA 가 화학물질을 분비 시켜 당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원시적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누구나 외모 혹은 첫인상에 호감을 느껴야 관계를 열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시켜주는 사랑의 시간은 길지 않다. 순간적으로 불 붙기 시작한 뜨거운 사랑이 끝까지 지속되는 예는 대부분 그 사랑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영화 타니타닉에서처럼 죽음이나 사회적 굴레로 인하여 헤어져야 하는 경우에서 주로 나타난다. 즉 사랑의 시간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지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성적 본능이 이미 충족된 상태가 되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진정한 인간의 사랑은 육체적 조건에 집착하는 유전적 본능의 지배에서 한 단계 뛰어 넘는다. 그 사랑은 상대방의 인격, 개성, 취미, 습관, 지성, 능력, 가치관 등등의 내면 세계에 매력을 느껴야 유지될 수 있다. 시작은 육체적 매력에 사로잡혀 시작되어도 내면의 뒷받침이 없다면 곧 사라질 거품이 된다. 때문에 사랑의 순서를 말한다면 이성(reason)의 교류부터 시작되고 그것이 감성으로, 다시 감성이 감정으로, 그리고 그 감정이 본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론:

남자는 자신이 어떤 여자를 만지고 싶고 애무하고 싶고 그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여자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섣불리 착각하지 말 것.

여자는 남자와 섹스를 할 때 느끼는 포근함이나 따스함 등등을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증거로 100% 과신하지 말 것.

남자 여자 모두, 육체적으로 상대에게 길들여져 있고 벗은 몸의 친밀도가 크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랑이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오판하지는 말 것. 만날 때 마다 스킨쉽 혹은 섹스에 탐닉하는 관계라면 당장 그만 둘 것.

가장 중요한 것: 외롭다고 사람을 사귀지는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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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
배움블로그2013. 8. 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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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른 글에서 이미 밝힌 대로 이 세상의 수컷들은 모두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산다. 모름지기 후세에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수컷이라는 동물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암컷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암컷의 몸을 통하지 않고는 유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아예 암컷끼리만 사는 생물도 있고, 암수가 함께 살다가 수컷을 없애버리고 암컷들만 사는 생물도 있지만, 수컷들만으로 구성된 생물은 없다. 어쩌다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개체군은 필연적으로 절멸(extinction)의 수순을 밟게 된다. 흔히 단위생식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처녀생식은 가능하고 또 심심찮게 나타나지만 총각생식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암컷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수컷의 숙명

그래서 다윈은 일찍이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성의 선택권은 거의 언제나 암컷에게 쥐어질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느 작가도 사랑하는 남자의 창 밑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여인을 묘사한 바 없다. 동물세계에서도 수컷이 암컷을 따라 다니며 구애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반대 현상은 매우 드물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생물학자들 간에도 암컷이란 원래 수컷이 잘못 만지기만 해도 죽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 따라서 수컷들이 암컷 앞에서 종종 장시간에 걸쳐 복잡하고 다양한 구애행위를 보이는 이유는 성행위를 두려워하는 암컷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화론에 바탕을 둔 현대 행동생태학 이론에 따르면 구애 행위란 사실 암컷에게 잘 보여 선택 받기 위한 수컷들의 처절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수컷으로 태어났지만 암컷 선택(female choice)의 수혜자가 될만한 미를 갖춘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수컷 경쟁(male-male competition)에서 살아남을 만큼 강인한 체력을 지닌 것도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평생 암컷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여생을 수도승처럼 조용히 지내다 죽어갈 것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 옛 속담이 있다.


자식을 보려면,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러나 가죽이나 이름보다도 더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은 유전자이다. 생물의 몸은 죽음과 함께 썩어 없어지지만 유전자는 자손의 몸을 통해 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살아 숨쉬는 우리는 사실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니고 우리 몸 속에 있으며 영원한 삶을 갈구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의 기획에 따라 움직이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 비록 약자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수컷이라도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포기할 수는 없다. 유전자가 그리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 것이다.

 

 

환심을 살 때는 선물이 최고

아름다움과 힘으로 승부할 수 없을 때 선물 공세로 암컷의 환심을 사려는 수컷들이 있다. 밑드리(scorpionfly)라는 곤충의 수컷들은 먹이가 될만한 곤충을 잡아 암컷에게 선사하고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식사와 정사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결코 낭만적이지 못한 밑드리 암컷을 위해 수컷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선물을 잡아 바치려 노력한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쏜힐(Randy Thornhill) 교수는 구애 선물이 크면 클수록 암컷에게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 큰 선물일수록 암컷이 먹는 시간이 길어지며 보다 많은 정자들이 암컷의 난자들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암컷을 위해 정자를 활하게 꾸미는 정자새

 

갈매기를 비롯한 많은 새들도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친다. 새끼가 태어났을 때 과연 먹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가장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듯 암컷은 선물을 다 먹어보고 나서야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용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할 때 흔히 반지를 선물하는데 동물들의 구애 선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기 몸의 일부를 구애 선물로 바치는 수컷들도 있다. 교미를 마치고 난 즉시 암컷으로 하여금 자신의 두툼한 날개살의 일부를 먹게 하는 귀뚜라미나 베짱이 수컷도 있고, 각종 분비물을 교미 전 또는 교미 도중 암컷에게 제공하는 수컷들도 있다. 내가 파나마와 코스타리카의 열대 우림에서 관찰한 민벌레(Zorotypus barberi) 수컷은 구애 과정에서 머리 한복판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액체 분비물을 방울 형태로 암컷에게 제공한다. 민벌레 암컷은 그 구멍에 입을 대고 분비물을 빨아먹으며 몸을 활처럼 뒤틀어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락한다. 정자를 암컷의 몸 속으로 사정할 때 온갖 영양분을 함께 담아 종합선물세트처럼 건네 주는 수컷들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사마귀의 수컷은 교미 중 암컷에게 자신의 머리를 통째로 선물로 바친다.  

 

암컷에게 직접적으로 영양이 되는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밀회장소를 마련하고 때론 꽃까지 선물하는 새들이 있다. 뉴기니와 호주 북부의 열대림에 서식하는 명금류의 일종인 정자새(bowerbird) 수컷들은 자기들이 사는 집과는 별도로 정자(bower)를 만들고 그 앞을 온갖 화려한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하여 암컷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어떤 수컷들은 매일 아침 갓 피어난 꽃들을 꺾어다 정자를 장식하고 암컷을 맞이하기도 한다. 마치 인간 수준의 미적 감각을 갖춘 듯한 정자새 암컷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컷들은 온갖 반짝이는 물건들을 수집하러 다니느라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서로의 정자에서 그런 물건 또는 나뭇가지를 훔치기도 한다.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우리 수컷들이다.

 


"인천 앞바다에 내 배만 들어오면…" 허풍은 남자의 속성?

우리 수컷들이 감행하는 짓에는 다분히 사기성이 농후한 발언과 허풍이 포함된다.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방영된 TV 연속극 ‘주몽’에서 동명왕 개국설화에 등장하는 민족 영웅 ‘해모수’ 역을 열연했던 성격 배우 허준호의 실제 아버지 허장강은 주로 악역이나 허풍이 심한 남자 역을 도맡아 했던 왕년의 명배우였다. 어느 영화에선가 그가 특유의 깊숙한 저음으로 읊조렸던 “아가씨,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내 배만 들어오면 말이야…”라는 대사는 당시 장안의 대히트였다. 성대모사에 조금이라도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모두 한번쯤 이 대사를 흉내 내곤 했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종종 실제보다 자신을 훨씬 더 크게 포장한다. 웬만한 남자라면 모두 조만간 인천 항구에 들어올 배 한 척쯤은 다 가지고 있다.


춤파리과(Empididae)에 속하는 파리 수컷은 다른 곤충을 먹이로 잡아 그걸 암컷에게 청혼선물로 주고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 교미를 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풍선파리(balloonfly)라고 불리는 종들은 더욱 정교한 구애 행동을 보인다. 풍선파리 수컷들은 먹이로 잡은 곤충을 스스로 분비한 생사를 이용하여 선물포장을 한 다음 암컷에게 바치는 상당히 세련된 구애 행동을 보인다. 그런데 어떤 수컷들은 이보다 한 수 더 떠 먹이를 잡지도 않은 채 속이 텅 빈 선물을 포장하여 암컷에게 준 다음 암컷이 그 선물을 뜯는 동안 교미를 마친다. 요즘 환경 보전을 위해 상품의 과대포장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쯤 되면 과대포장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암컷(중간)에게 먹이(우)를 선물하여 교미하는 춤파리 수컷(좌)
<출처: (CC)Onno Zweers>

 

 

재력과 권력을 위한 온갖 권모술수

장래 언젠가 들어올 배를 얘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한 전략일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동물들에서 수컷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느라 또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산다. 우리 사회의 많은 남성들이 출세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것도 비슷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북미 늪지대에 서식하며 일부다처제의 번식구조를 갖고 있는 붉은날개지빠귀(red-winged blackbird)를 가지고 실행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이른 봄 늪지대에서 수컷들이 제가끔 자기 영역들을 확보한 후, 워싱턴 대학의 생태학자들은 제일 큰 영역을 가진 수컷을 잡아 불임수술을 한 다음 돌려보냈다. 비록 생식 능력은 잃었지만 가장 큰 영역을 지닌 그 수컷에게 여전히 많은 암컷들이 기꺼이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인지가 관찰의 대상이었다. 그 실험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많은 암컷들이 그 수컷의 영역에 둥지를 틀었고 또 아무 어려움 없이 새끼들을 낳아 길렀다. 그 암컷들은 모두 짝짓기는 변방의 수컷들과 하고 새끼가 태어난 후에는 남편의 재산을 이용하여 그들을 양육한 것이다.

 

 

 

침팬지 사회의 권모술수를 다룬 <침팬지 폴리틱스>

침팬지 사회의 권모술수를 다룬 <침팬지 폴리틱스>


재력 못지 않게 암컷들에게 매력적인 것이 수컷의 권력이다. 역시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사는 붉은 사슴(red deer)의 경우에는 몇몇 으뜸수컷들만이 제가끔 암컷 몇 마리씩을 보호하고 있고 총각들은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며 암컷들을 업어가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암컷들을 거느리고 있는 수컷들은 모두 다른 수컷들과 싸워 승리하여 높은 사회 서열을 차지한 수컷들이다. 암사슴들은 수컷들 간의 이런 권력 다툼을 지켜본 후 승리한 수컷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성적 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 사회에서도 암컷들은 주로 계급이 높은 수컷들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래서 수컷들은 늘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곤 한다.

 

현재 미국 에머리 대학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Yerkes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소장인 네덜란드 태생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저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에는 침팬지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마키아벨리식 권모술수들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인간 사회의 갈등과 권력 다툼을 방불케 하는 갖은 일들이 침팬지 수컷들의 세계에도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능력이 안되면 새치기라도

고즈넉한 가을밤 창 밖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뭇 시인들에게는 낭만의 표상이지만 이는 사실 밤이 지새도록 암컷을 부르는 수컷들의 처절한 애모곡이다. 요즘엔 무척이나 듣기 어려워졌지만 예전에는 소낙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이른 여름날이면 서울에서도 맹꽁이나 개구리들의 합창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역시 흥겨운 노래 한 마당이 아니라 수컷들이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질러대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데 이런 양서류나 귀뚜라미 중에는 가끔 힘들여 열심히 노래하는 수컷들 주변에 조용히 숨어 있다 노래하는 수컷을 찾아가는 암컷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얌체족들이 있다. 동물세계의 온갖 의사소통 수단 중에서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크다. 윗날개를 마주 비벼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 수컷을 상상하며 두 팔을 등 뒤로 젖힌 채 서로 엇갈리게 흔들어보라. 그저 열댓 번만 해도 팔에 힘이 빠질 지경일 것이다. 그걸 밤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밤이 새도록 울어대는 귀뚜라미가 달리 보일 것이다. 얌체족들은 다른 건장한 수컷들의 정직한 노력에 빌붙어 자기들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 한다.

 


여자를 얻기 위해서라면 여장도 불사한다

이른 봄 캐나다의 동남부와 미국의 동북부에서는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누룩뱀(red-sided garter snake) 수십 마리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암컷 한 마리를 보고 교미하러 몰려든 수컷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난 수컷들은 떼를 지어 아예 암컷이 자고 있는 굴 문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린다.

 

그러다 암컷이 나타나면 서로 가까이 접근하려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하느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 때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컷들 중에는 가끔 암컷 냄새를 풍기며 암컷처럼 행동하는 여장남 수컷들이 있다. 다른 수컷들이 자신을 암컷으로 착각하고 따라다니는 동안 자기는 진짜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하는 기발한 수컷들이다.


수십마리가 뒤엉킨 누룩뱀 <출처: ngd>

 

북미의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호랑이도롱뇽(tiger salamander) 사회에도 여장을 한 수컷이 교묘한 방법으로 암컷의 몸 속에 자기의 정자를 전달한다. 도롱뇽은 암수가 직접 교미하지 않고,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여 자기 뒤를 따라오게 만들고 정포(spermatophore)라고 부르는 정자를 담은 보따리를 땅에 떨구면 뒤따라오던 암컷이 그 정포 위를 지나며 그걸 몸 속으로 받아들여 수정이 이뤄진다. 그런데 호랑이도롱뇽 수컷 중에는 암컷과 형태와 냄새가 흡사하여 구애 중인 암수 중간에 끼어들어 앞에 가는 수컷이 놓고 간 정포 위에 자기 정포를 얹어 뒤에 오는 암컷이 결국 자기의 정포를 취하도록 만드는 얌체 수컷들이 있다.

 

 

남의 정자는 싹 긁어 내고…

짝짓기를 마친 다음에도 수컷의 시름은 끝이 나질 않는다. 초여름 연못가에서 한가롭게 나는 실잠자리나 늦여름 온 하늘을 뒤덮는 잠자리 들이 종종 마치 2인승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처럼 앞뒤로 붙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잠자리와 잠자리의 수컷 생식기에는 마치 주걱처럼 생긴 기관이 있어서 수컷이 일단 암컷의 질 속으로 들어가 만일 다른 수컷의 정액이 있는 걸 발견하면 그걸 죄다 긁어낸 다음에야 자신의 정액을 사정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마친 다음에도 암컷을 놓아주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붙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자 제거(sperm displacement) 전략은 꼴뚜기에서도 관찰되었다. 꼴뚜기 수컷은 셋째 다리를 사용하여 암컷의 구강막(buccal membrane)에 붙어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 덩어리를 제거한다. 유럽의 바위종다리(dunnock) 수컷은 교미하기 전에 암컷의 꽁무니 근처의 배설강(claoca) 부위를 계속 쪼아대어 결국 암컷으로 하여금 이전 수컷의 정액을 분출하게 만든 다음에야 짝짓기를 한다. 상어는 우리 여성들이 관수기(douche)로 질을 세척하는 것처럼 암컷의 질 속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뿜어낸 다음 자신의 정액을 주입한다.

 

실잠자리의 교미 장면

 

 

그러나, 편법은 편법일 뿐!

위에 소개한 예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럼 무슨 이유로 어떤 귀뚜라미 수컷은 애써 에너지를 소모하며 밤이 새도록 울어대며 또 어떤 풍선파리는 굳이 먹이 곤충을 잡느라고 애를 쓰는가 의아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동물에서 암컷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사는 게 수컷이다 보니 이렇듯 온갖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고 진화했지만 어느 종에서나 편법이 정도보다 더 효과적인 예는 없다. 에너지를 소모하며 소리를 질러 암컷을 부르는 정직한 수컷이 얌체족보다는 훨씬 더 많은 암컷들과 교미할 기회를 갖는다. 여장을 하고 다른 수컷들을 속이며 암컷에게 접근하는 수컷들도 할 수만 있다면 당당히 건장한 모습으로 암컷 앞에 서고 싶을 것이다. 속임수와 요행수로 여성들의 환심을 사려하는 남자들은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발행일 
2009.11.05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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