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칼럼2013. 8. 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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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협상 능력을 길러라.

 

 

책을 추천하여 달라고 하면 "나는 이런 것도 읽을 정도로 유식하다”고 자랑하려는 듯한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흉내는 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면 주저 없이 권하는 책이 있다. 명사회자 래리 킹의 절친한 친구 허브 코헨( Herb Cohen ) <협상의 비결>( You can negotiate anything) 협상의 법칙 - 허브 코헨 이다.

 

 

 

이 책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국에서도 한때 베스트셀러 반열에 속했으나 뉴욕 같은 곳에서만 그랬다. 왜 그럴까? 책 중에는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책들이 있다. 읽고 나서 혼자서만 알고 있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기는 책들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당연히 별로 소문이 나지 않는다.

 

 

 

어느 주한 대사관의 상무관에게 이 책의 원서를 선물했더니 “첫날은 그대로 읽었으나 그 다음날에는 책의 표지를 씌웠다”고 했다. 국내에서 이 책은 90년대초에는 '협상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90년대 중기에는 '협상'이라는 제목으로, 90년대 말기에는 '협상만으로도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제목으로 제각기 다른 출판사들에 의하여 출간 되었으나 출판사가 계속 바뀔 정도로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동아일보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난 뒤 어느 출판사에서 “협상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을 하였는데 오해하지 말라. 나는 그 출판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며 그들은 내 글이 신문에 나오기 수개월 전에 판권계약을 이미 했었다고 한다(내가 출판사와 짜고 책을 소개했다고 생각하는 웃기는 독자들도 있다. )

 

 

 

좀더 전문적인 내용은 김병국 변호사의 “비즈니스 협상론”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훌륭한 책이다. (협상에 대한 책들 중 뜬구름 잡듯 두리 뭉실한 책들은 읽지 말아라.)

 

 

 

협상을 잘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2001 1월 독일 지멘스 그룹의 하인리히 폰 피레 회장은 상하이와 인근 공항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사업 수주를 위한 협상에서 주룽지 중국 총리에게 빈 양복 주머니를 뒤집어 내보인 뒤 일어나 두 팔을 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는 지멘스로서는 더 이상 양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는 약 2분간 주머니를 뒤집어 보인 채 서 있었고 주 총리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 보다가 갑자기 악수를 청했다. 1조원이 넘는 계약이 하인리히 회장의 기가 막힌 협상력에 의하여 그렇게 체결된 것이다. 피레 회장은 "당시 협상에 진전이 없어 묘안을 짜내야 했다"면서 "빈 주머니를 내보이기로 작심하고 미리 주머니를 비워 두었다"고 한다.

 

 

 

나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외국에 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미나 아프리카인 경우에는 비행기만 24시간 이상 타게 되는데 일등석이라고 해도 정신이 흐리멍텅한 상태로 도착하게 된다. 이런 경우 나는 현지 도착후 적어도 10시간은 지난 뒤에야 사람들을 만났다. 이때 상대방이 내가 도착한 즉시 미팅을 하자고 고집할 경우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는다. 나의 흐리멍텅해진 정신상태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잘못하면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협상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고 가르쳤었다.

 

 

 

하나는 오리엔탈식 스타일인데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합리적으로 논리를 전개 시켜 나가는 웨스턴 스타일이다.

 

마지막 하나는 막무가내식의 형태인데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갱스터(조폭) 스타일이다. “배째라”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오리엔탈 스타일의 대표적인 접근 방식은 주로 연장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네 나이가 몇 살이냐, 너는 윗사람도 없느냐, 말투가 그게 뭐냐, 학교도 안 다녔냐, 부모도 안 계시느냐, 젊은 사람이 그게 뭐냐,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 등등의 말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렇게 말하는 상대가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상대라면 갱스터 스타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A 18, 내가 나이 좃같이 말아 쳐 먹어 오는 데 18() 뭐 보태 준거 있냐? ” “ 그래, 18 놈의 좃같은 호로새끼로 자랐다. 그래서 18, 네 에미 10같이 뭐가 어떻다는 거야.” 혹은 “ 네미 18, 나 못 배우고 가방 가벼워서 무식한데, 그래 좃나게 유식한 당신 , 18.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냐?" (나는 누구나 뻔히 다 아는 말을 x 자로 표시하면서 고고한 척 점잔 빼는 법을 모르므로 양해하라. , 나이 든 사람에게 욕을 할 때 주의사항이 있으므로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항목을 참조하라. 잘못하면 콩밥 먹는다.)

 

 

 

이런 대응 방법은 오리엔탈식 논리의 근저가 되는 유교적 사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은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즉각 깨닫게 된다. 이런 대응법은 주로 다시는 안 볼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나는 정부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서류를 어떻게 하여오라는 설명은 없이 그저 서류가 잘못되었다고 트집 잡으며 몇 번씩 헛걸음 치게 하는 공무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써 먹은 적도 몇 번 있다(공무원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따로 이야기 할 것이다.)

 

 

 

이런 갱스터 스타일은 아주 예전에 내가 버스를 타고 다녔던 시절에 배운 것이다. 만원 버스 안에서 문 앞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려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잠시 좀 비켜주세요."라고 정중히 말하면 사람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 18, 맨날 좃같네, 좀 나갑시다!" 라고 말하면 금방 공간이 생겼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주의: 막가파 수준의 애들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으므로 주의할 것).-- 그런데 하나 좀 물어 보자. 당신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똥 같은 인간들이 진짜 더러워서 피하는가? 사실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오리엔탈 스타일에 똑 같은 스타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은 주로 얼굴을 자주 대면하여야 할 상대에게 사용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나이가 어려서 철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지도 편달하여 주십시오. 제가 머리가 부족하여 말씀하신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이지 웃어른을 공경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 막 자란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어쩌구 저쩌구.." 일단은 상대방의 논리에 동조한 뒤 기회를 노리라는 말이다.

오리엔탈 스타일에 웨스턴 스타일로 접근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비즈니스 협상 중에 상대방이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오리엔탈 스타일인 경우가 있다. " 회사에서의 제 입장이 현재 이러 저러합니다. 인간적으로 저를 좀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 상대를 만나게 되면 나는 직원들에게 웨스턴 스타일로 대응하라고 했다. , 조건이 있다. 우리 측이 문서나 계약 내용으로 보아 유리한 경우에만 그렇다. "저도 물론 당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 이것입니다. 이 문제 자체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여 보세요. 잘못된 것은 분명하고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오리엔탈 스타일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탈 스타일을 취하되 좀 더 높은 유교적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다. " 저라고 뭐 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다 같이 봉급쟁이 아닙니까.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고 저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달 잘못을 범해 시말서를 썼습니다. 저도 부양하여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지금 임신 8개월이고 저의 부모님은 연로하신데 제가 부양하여야 합니다. 제가 시말서를 한번 더 쓰게 되면 그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저희 사장새끼, 악질이라는 거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저보다 못한 상황에서 사시는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구 저쩌구….." 즉 상대방이 회사 내에서의 어려움을 인간적으로 호소한다면 가정 내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더 나아가 부모 부양 문제 까지 언급을 하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효도는 전통 가치 중 최고로 인식되는 것이기에 아무도 그것 보다 더 높은 가치를 끌어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측에도 잘못이 있을 때 사용된다.

 

 

 

상대의 논리가 오리엔탈과 웨스턴이 섞인 복합 스타일일 경우에는 우선은 말꼬리를 트집 잡아 낚아 채야 한다. 이를테면 상대가 연장자라면 "말씀하시는 내용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고 선생님 입장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야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입장 차이를 떠나 아까부터 제가 상당히 기분 나쁜 게 있는 데 도대체 내가 선생님 아들도 아닌데 어째서 반말을 하십니까?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아닌가요?" 어차피 당신은 속으로는 논리 싸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터이니 엉뚱하게도 상대의 말투로 시비를 잡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의를 갖추어 서로 존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오리엔탈 스타일에 사용되는 논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것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

 

 

웨스턴 스타일에 반드시 웨스턴 스타일로 대응하여야 하는 경우는 계약서 작성을 할 때 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서 당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는 입장이라면 뭔가 하나라도 잘못될 경우 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고 상대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면서 대금 지불을 거절할 수도 있으므로 오리엔탈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나가는 것이, 즉 두리뭉실한 것이 유리하다. 이를테면 "이런 문구가 들어가게 되면 저는 우리 회사 악발이 사장에게 맞아 죽어요. 그러니 제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굳이 문서로 적어 넣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이 상대방에게 돈을 주는 입장이라면 상대방이 해야 할 모든 것을 정확하게 모든 것을 표기하라. (명심해라. 돈을 주는 입장이건 받는 입장이건 간에 아무리 문서로 철저하게 계약을 하고 도장 꽉꽉 눌러 찍었어도 계약 사항을 무시하고 배째라는 식의 갱스터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나는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우리가 불리하면 오리엔탈 스타일로 접근하고, 우리에게 유리하면 웨스턴 스타일로 접근하라고 했다. 즉 어떤 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여러 가지 인간적인 면들을 유교적 가치와 뒤섞어 상대에게 접근하여야 상대방의 양보와 이해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 당연히 웨스턴 스타일로 끌고 가야 상대방이 항복하게 된다. 나는 양쪽 모두가 이기는 윈 윈 게임이라는 것도 실제로 해 본 경험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협상은 실제로는 우리가 이기고 상대방은 자기가 이긴 것으로 믿게끔 착각을 안겨 주는 협상이다.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불리하게 될 때 재협상할 구멍은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협상에 임할 때 반드시 당신에게 90%의 결정권은 있지만 남은 10%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 함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윗사람이 지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그 어느 협상을 하건 간에 내가 공통적으로 주문한 말: "너희는 언제나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악역은 내게 맡기고 필요하다면 상대방에게 너희들 사장인 나를 개새끼로 욕을 해라. 너희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조건을 다 들어 주고 싶은데 쌍놈의 사장 새끼가 결재를 안 해준다고 말해라. 그래야 너희들은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남게 되는 법이다. 그래야 너희들에게 유리하다."

 

한편,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이 악악 소리지르면서 윽박지르면 금방 기가 죽는 사람들이 있다. 협상 서적들에서 나왔던 주옥 같은 사례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아무 말도 못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직원들끼리 역할분담을 하여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연습게임을 자주 해 보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우리측에서 잘못해서 고객이 대단히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잘못을 했으니 빠져 나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런 경우 절대 변명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효과적인 방법은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그의 상급자가 고객이 있는 앞에서 서류판 같은 것으로 머리를 때리며 고객보다 더 크게 소리지르며 개새끼 소새끼 하면서 야단을 고래고래치고 당장 사표를 쓰라고 소리지르는 것이다. 이때 그 직원이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눈물을 짜는 것도 효과적이다. 남자라면 그저 한 없이 슬픈 표정을 지어라. 이렇게 한 뒤 상급자가 그 고객을 조용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면 대부분 그 고객은 오히려 담당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문제는 해결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미리 연습해 보라는 말이다.

 

 

 

나는 학연,지연,혈연,배경 없이 홀로서기를 하면서 무릎이 수없이 깨지는 가운데 협상력을 길렀다.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일들이 사실 모두 협상에 의한 것이다. 결국 인간에 대한 여러 간접 경험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내가 존경하는 작가 최인훈의 관념적 소설들이 인간 군상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도 알린다.

 

 

 

아울러 협상에 대한 여러 가지 책들을 모두 읽었다고 해서 협상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말라. 그 속성상 공개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책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나 역시도 공개하기 어려운, 협상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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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
배움블로그2013. 8.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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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재미동포의 블로그가 한국 정ㆍ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 정당 국회의원, 재벌그룹 전ㆍ현직 회장, 이명박 정부 전 청와대 수석 등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사고 판 내역이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재미동포 안치용(42) 씨가 지난달 개설한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Secret of Korea, ☞ : 바로가기)'에 이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블로그에는 대표적 친일파였던 민영휘의 후손들이 일제에 부역한 대가로 모은 돈을 미국 부동산 구입에 사용한 전 과정이 실려 있다. 탤런트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 박모 씨의 주택매매 내역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미국 부동산을 쇼핑하는 과정도 밝혀져 있다.

모 중공업계열 그룹 박모 회장과 화학그룹 장모 회장은 같은 아파트(콘도) 이웃사촌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리인을 내세워 부동산을 매입한 후 자신과 관련된 법인으로 무상증여를 해 '부동산 구입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동생과 함께 뉴욕에 4채, 보스턴에 5채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블로그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지난 1985년 기재한 부동산 서류에 "나는 외국인이 아닙니다(I'm not a foreign person)"라고 명기한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청와대가 수석비서관으로 미국인을 기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전 수석이 20년 전 미국시민권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까지 내야 했다. 일개 블로거에 의해 나라 전체가 뒤흔들린 셈이다.

안 씨는 지난 1991년 한국의 모 지방지에서 수년 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에는 모 방송국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3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6년 째 그곳에서 살고 있다. '문제적 블로그'로 단숨에 고국에서 화제의 중심에 떠오른 안 씨의 이야기를 지난 16일 밤 11시 30분경(현지시각 오전 10시 30분) 전화를 통해 들었다.

▲안치용 씨의 블로그 '시크리트 오브 코리아'. ⓒ프레시안


"자료 본격 모으기 시작한 때는 5월"

프레시안 : 블로그 내용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하다.

안치용 : 미국의 각 지자체들은 누구나 부동산 거래 관련 자료를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해 두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공시지가를 산정해 발표하는데, 공시지가와 세금부과 내역 등을 쉽게 검색 가능하다. 지역별로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현재 부동산을 소유한 주인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알아낼 수 있다.

다만 계약서나 위임장 등 과거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주마다 다르다. 이름으로 바로 확인 가능한 곳이 있는 반면, 어떤 지자체는 주소로만 검색이 가능토록 돼 있는 곳도 있다.

프레시안 : 한국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나 뉴욕 등은 어떠한가?

안치용 : 캘리포니아는 많이 어려운 편이다. 오렌지 카운티나 LA 카운티는 특히 어려운 편이다. 검색 범위도 1년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고, 이름만으로는 옛 거래내역을 알아내기 어렵다. 뉴욕은 다르다. 뉴욕시는 검색이 매우 쉽다.

이런 부동산 거래 자료를 찾는 가장 기본적인 창구는 카운티다. 미국의 가장 기초적인 자치단체이기 때문에 모든 부동산 거래 서류가 1차적으로 카운티에서 접수된다. 내가 찾고자 하는 한국 지도층의 미국 부동산 구입 내역을 알 수 있는 열쇠다. 미국 전역에 카운티가 약 3000곳 정도 있다.

프레시안 : 언제부터 이같은 자료를 모았나?

안치용 : 찾는 데도, 정리하는 데도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일단 블로깅을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갖고 있는 자료들을 블로그에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어, 검색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 4~5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한국 지도층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해 왔다. 집중적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때는 올해 5월 중순부터다. 방문이 30%, 인터넷 검색이 70% 정도 비율로 이뤄졌다.

"나는 독립 탐사보도 기자"

프레시안 : 인터넷 활용에는 상당히 익숙하겠다.

안치용 : 그렇지 않다. 워낙 인터넷에 익숙지 않아 블로그를 디자인하는데만 해도 긴 시간이 걸렸다. 아직 많이 엉성하다.

프레시안 :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블로깅에 투자하면 생활에는 지장이 없나? 이게 돈 될 일 같지는 않은데?

안치용 : 지금의 나는 일종의 '인디펜던트 인베스티게이티브 리포터(independent investigative reporter, 독립 탐사보도기자)'이다. 부동산과 한국 정치계의 비화를 전문적으로 탐사하는 프리랜서 기자랄까. 지난 1991년 한국의 한 지방지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다. 그 다음에는 모 방송사에서도 일한 바 있다.

사실 나는 그 동안 다른 언론과 인터뷰할 때 '그냥 재미동포로 알아달라'고만 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옛 동료들이 알게 되면 그들에게 해가 갈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한국의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나를 보도하면서 동포 사회에서도 알려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내 이력까지 말하게 됐다.

내 힘이 닿는 범위 내에서는 끝까지 이 일을 해 나갈 것이다. 내 적성에도 맞다.

"김형욱 실종 사건으로 탐사보도에 관심 갖게 돼"

프레시안 : 왜 이런 일을 그리 열심히 하나? 그냥 편히 살면 되지 않나?

안치용 : 내가 천상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 옛날 방송국에서 일할 때 자주 들던 생각이 '아, 내게 한 시간만 더 있으면 많은 사실을 밝혀낼 텐데'하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나온 후 진정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탐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김형욱 실종사건이었다(편집자 : 그의 블로그에는 김형욱 실종사건에 관한 각종 의혹과 기록이 소상히 소개돼 있다). 다음 달이 되면 사건 발생 30년인데, 아직 실체적 진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내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오게 됐다.

프레시안 : 만일 한국에서 당신이 이런 일을 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누가 해코지하면 어쩌려느냐'고 걱정할 지도 모른다. 당신 가족들이 지금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나?

안치용 : 집사람은 제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는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조심하라'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절친한 선배들은 내 일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런 것도 고려해봐라', '네가 자랑스럽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당신에게 이토록 열정을 불어넣는 근원이 궁금하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며 한국 고위층의 투자(?) 행위를 건드렸나?

안치용 : 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조금은 독해야 세상이 변한다. 단 내 생활이 허용하는 만큼만'.

내가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한다고 해서 세상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한 걸음이 아니라 10분의 1보라도 가면, 다른 사람이 나를 조금씩 밀어주면서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 당신 자녀들이 당신처럼 돈도 되지 않고,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남들이 잘 알아주지도 않을 길을 가려 한다면 반대할 것 아닌가?

안치용 :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나를 키워준 사회에 대해 개인들은 뭔가 조금이라도 보답해야 한다. 제 아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100% 확인된 내용이 아니면 내가 곤란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많은 누리꾼들이 당신의 블로그를 보고 감탄하고 있다. '언론사 50개를 모아도 못할 일을 당신이 혼자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의 격려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가?

안치용 : 이 일은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일 뿐이다. 내가 하는 일에 공감을 하는 이가 많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 일에 도움을 또 줄 것이다. 그게 다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소위 말하는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 내역을 알리면서 한국 사회에 분명 어떤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아마 내가 밝힌 그 사람들 대부분도 자신들의 신상에 관한 자료가 이렇게 쉽게 공개되리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미국의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투자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결국 합법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지 않겠나. 당장 어떤 변화를 기대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지도층이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앞으로 더 밝힐 사람이 남아 있나?

안치용 : 그렇다.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점차 올라가고 있어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많은 증거들을 아직 공개하지 못했다.

재벌가 사람들에 대한 자료가 더 남아 있다. 교수님들의 부동산 투자변호사 혹은 병원원장의 미국 부동산 투자 내역도 갖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나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찾아보고 증거가 나오는 사례만 밝힐 뿐이다. 내가 올리는 모든 자료는 한국의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한 후 본인임이 확인된 사례들이다. 100% 증명이 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면 내가 곤란하지 않겠나.

/이대희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글보기


난 뭐하고 있지... 부끄럽다.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되지만, 정말 본받아야 될 사람은 언제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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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
세이노 칼럼2013. 8. 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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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세이노의 부자아빠 만들기] 성공하고 싶다면 협상능력 길러라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나는 이런 것도 읽을 정도로 유식하다”고 자랑하려는 듯이 난해한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흉내는 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 하면 주저없이 권하는 책이 있다. 미국의 명사회자 래리 킹의 절친한 친구 허브 코헨의 ‘협상’이다.

 

< 협상의 법칙 - 허브 코헨 >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국에서도 한때 베스트셀러 반열에 속했으나 뉴욕 같은 곳에서만 그랬다. 왜 그럴까? 책 중에는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책들이 있다. 읽고 나서 혼자서만 알고 있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기는 책들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당연히 별로 소문이 나지 않는다.

 

 어느 주한 대사관의 상무관에게 이 책의 원서를 선물했더니 “첫날은 그대로 읽었으나 그 다음날에는 책에 표지를 씌웠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 출판사가 교체된 것을 보면 잘팔린 것 같지는 않으며 제목이 “협상만으로도 세상을 얻을 수 있다”로 바뀌었지만 품절이므로 큰 도서관에 가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전문적인 내용은 김병국 변호사의 ‘비즈니스 협상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훌륭한 책이다.

 

 협상을 잘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1월 독일 지멘스그룹의 하인리히 폰 피레 회장은 주룽지 중국 총리와 사업수주를 위한 협상을 하다 빈 양복 주머니를 뒤집어 내보인 뒤 일어나 두 팔을 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더 이상 양보하기가 어렵다는 뜻. 그는 약 2분간 주머니를 뒤집어 보인 채 서 있었고 주 총리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악수를 청했다. 1조원이 넘는 계약이 그렇게 체결된 것이다. 피레 회장은 “당시 협상에 진전이 없어 묘안을 짜내야 했다”면서 “빈 주머니를 내보이기로 작심하고 미리 주머니를 비워 뒀다”고 말했다.

 

 나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외국에 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미나 아프리카인 경우에는 비행기만 24시간 이상 타게 되는데 1등석이라고 해도 정신이 흐리멍텅한 상태로 도착하게 된다. 이런 경우 나는 현지 도착 후 적어도 10시간은 지난 뒤에야 사람들을 만났다. 만약 상대방이 내가 도착한 즉시 미팅을 하자고 고집할 경우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는다. 나의 흐리멍텅해진 정신상태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배경없이 홀로서기를 하면서 무릎이 수없이 깨지는 가운데 협상력을 길렀다. 사람 사이의 중요한 일은 사실 대부분 협상으로 결정된다. 얼마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유형을 설명한 이유 역시 협상이나 대화를 할 때 그러한 사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간에 대한 여러 간접 경험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최인훈 작가의 관념적 심리소설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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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