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블로그2013. 8.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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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 정규직 2년만에 전멸?”
노동부 장관의 협박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TV 스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지난 해 10월 연예인 스타 못지 않게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이 장관이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내뱉었던 발언 때문이었다. 당시 각종 신문과 방송은 이 장관의 이 발언을 연일 보도했고, 노동계와 야당은 그의 발언을 성토했다.

그로부터 10개월 흐른 지난 7월 이 장관은 또다시 스타가 됐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한) 상태가 1년을 가면 우리 산업계에서 2년 이상 종사한 비정규직은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헤드라인 뉴스로 떴다.

노동자를 상대로 한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 그런 발언은 일반 기업체 로비스트가 정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오늘의 한국 노동자들은 이처럼 밥상 머리에서 9시 뉴스를 보면서 충격에 빠지고 있다.

사실 진짜 비 정규직은 1년 미만일 때면 말이 된다. 하지만 2년 이상이면 그 자체가 이미 성립이 안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한들, 4년에서 또 6년, 8년으로 안 가리라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그 후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비 정규직 이력을 경력으로 인정도 안 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한 번 비 정규직으로 시작하면 그냥 평생 비 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뿐 아니다.

같은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정규직·비 정규직·파견으로 ‘계급’이 나눠지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술 한 잔 마시면 하는 심심치 않게 ‘신 카스트제도’니 ‘현대판 노예제도’니 하는 말이 터져 나오기 일쑤다. 비 정규직법을 2년 더 연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 1년이든 2년이든 더 연장해봐야 비 정규직 고용 대란이라는 시한 폭탄의 타이머만 뒤로 늦춰질 뿐이기 때문이다.

2. 4·4·4의 법칙
정규직 40% 감소, 인턴 4배 증가, 체감정년 44세


52만개 전체 고용 사업장 중에서 9769개 사업장만 뽑아다가 샘플 조사만 하니 지금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는지 감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틈에 쥐죽은 듯이 고용 해지와 실업 칼바람이 불어 닥친다. 더구나 정규직도 아닌 비 정규직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3%도 안 된다.

소위 말하는 노조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정부에서는 마치 100만 실업대란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공기업부터 자체 시범까지 보여준다.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꼴이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모 잡지를 보니 씁쓸하게도 4·4·4의 법칙이 존재하는 올해 한국의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실업도 실업이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일자리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2008년 대비 정규직 비율 40% 감소, 인턴 4배 증가, 체감 정년 44세라니. 한국에서 임원이 되려면 평균 21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44세에 직장을 나와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독립하는 것이다. 아니면 퇴직금에 은행 대출 합쳐서 창업하는 것이다. 40대면 집에 있는 자식들이 한창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2학년으로 사교육비를 쏟아붓기 시작할 때다.

얼마 전 내 두 귀로 “이젠 30대 초반부터 은퇴 설계를 해야 한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한국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도전인지 새삼 느꼈다. 결국 비 정규직을 2년 더 연장해 봐야 아무 쓸모도 없는 말 장난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단순 조폭 협상,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3. 사채업자 협상스타일
해고 통지냐 기간 연장이냐


“기간 연장 안 해주면 해고 통지 받든가. 기간 연장하고 계속 일하든가.” 이걸 들이밀고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사채업자 협상 스타일이 아닌가? 사람이 화를 내고 데모를 하러 머리띠 두르면서 밖으로 나오는 건 본인 스스로 상식 선에서 납득하기 힘들 때다. 이런 식이면 곱게 회사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파업으로 맞대응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좌파들의 준동”이다. 그렇게 사방에서 매도하고 여론몰이 후에 공권력 투입으로 마무리하는 게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이다. 이제 국제적으로도 표본 모델 자리잡아 한국 물 좀 먹은 외국인이라면 알 만큼 다 알 정도다.

4. 잡 셰어링
월급 깎는데 일하는 시간 그대로?


올해 초, 그러니까 불과 넉 달 전 온 나라를 벌집 쑤시듯이 하면서 정부와 언론에서 떠들던 말이 바로 ‘잡 셰어링’이었다. 한마디로 일자리를 나누어서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투 잡, 스리 잡이라고 하는 본업 이외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이유는 이제 월급쟁이로 회사만 다녀서는 고물가 시대의 생활비로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어려우니 다 같이 동참하자”고 한다.

그런데 잡 셰어링이랍시고 월급은 깎는데 일하는 시간도 같이 줄어들어야 집에 가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라 구하든지, 아니면 붕어빵이라도 구워 팔면서 먹고 살 수가 있지 않은가.

잡 셰어링 운운하며 월급만 깎으려고 덤벼들다 보니-한국에서는 주식이 제 아무리 투기판이라지만-결국 개인은 재테크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말로는 “이제 수출 중심 산업 구조보다 내수만이 살길”이라고 사방에서 떠들어댄다. 포럼이다 뭐다 세계적인 석학까지 한국에 와서 “한국, 이제는 내수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같은 유의 플래카드 내다 건다. 그곳에 찾아가 강의를 듣고 밖으로 나오면서 한국적 현실과 비교해보니 마치 다른 행성의 딴 나라 얘기 같다.

5. 20~30대 고용대란
잡 셰어링도 국산과 외제 차이 있나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고용대란은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개인은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빚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남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차례로 집을 나간 아들 딸,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초부터 100만 실업대란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양떼몰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안 그래도 3년 전 스웨덴 한 노조위원장이 한국에 와 비정규직 비율이 56%가 넘어가는 상황을 보고 충격 받았다는 사실은 이젠 전설이 되었다.

술집 가서 하는 안주거리로 알 만한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에 정부 공익 광고에서는 ‘내수가 미래’라는 나라다. 근로 시간 단축 없이 임금만 깎는 잡 셰어링이라니, 그게 한국식 잡 셰어링이란 말인가?

잡 셰어링 같은 것도 국산이 있고 외제가 있는 줄은 정말 머리털 나고 처음 뼈저리게 느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기준이 한국에 들어 오면 희한하게 변질되는 과정을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다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경제용어사전

● 잡 셰어링
한국식 잡 셰어링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단지 임금만 깎는다. 외국에서는 임금이 줄어든 만큼 단위 시간도 같이 줄여,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채용할 여력이 생긴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월급 덜 받는 것을 벌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규 시간 일을 다하고 시간당 받는 돈 액수가 줄어든 모습이 되어 결국은 잡 셰어링의 의미가 희한하게 변형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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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