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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6 의식의 변화 네이버 캐스트
배움블로그2012. 1. 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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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화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은 관찰 가능한 객관적 대상을 탐구한다. 과학으로서의 심리학도 마찬가지로 대뇌와 마음의 활동, 작용, 행동과 같은 객관적 대상을 탐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탐구만으로 심리학을 생각하기에는 뭔가 허전하다는, 뭔가 중심적인 탐구의 주제가 빠져 있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람의 ‘주관적인 의식’이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한 시점에서의 자신과 타인을 포함한 이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 상태라는 의미에서의 의식의 내용, 작용, 변화의 과정이, 어찌 보면 나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출발시킨 분트는 심리학이 의식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과학에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찾아내듯이, 마음과 의식 경험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분석해 내는 내성법(introspection)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색깔을 보거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의식 내용을 스스로 관찰하며 순수한 감각 경험과 이와 연합된 느낌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식적 경험의 기본 구조를 밝혀내고자 했다. 탐구의 목표는 야심찬 것이었지만, 과연 이러한 자신의 의식 들여다보기만으로, 그리고 이를 언어적으로 표출하는 것만으로 의식의 본질에 접근하고 과학적인 탐구가 가능할지 회의 할 수 있다. 사실 분트 이후의 심리학도들도 같은 문제에 당면하고 아예 심리학적 주제에서 의식을 제외하기도 하였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혹은 우리 삶의 질을 증진하는 한 방법으로, 의식적인 생각이 없어지게 하거나, 

어떤 모양이나 소리, 혹은 호흡에 집중하는 기법이 소개되고 공유되고 있다. <출처: gettyimages>

 

 

의식 자체에 대한 탐구보다,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주관적인 자의식이 없어지는 것 같은 수면 상태, 수면에 빠지며 전혀 다른 의식의 세계로 떨어지는 꿈 경험, 약물이나 최면에  따른 의식의 변화, 명상이나 종교적 경험에 의한 변화 등이 예가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명상에 대해 최근 연구를 살펴보자.

 

 

명상이라는 의식 변화

최근 들어 불교나 요가의 명상이나 혹은 마음챙김(mindfulness)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혹은 우리 삶의 질을 증진하는 한 방법으로, 의식적인 생각이 없어지게 하거나, 어떤 모양이나 소리, 혹은 호흡에 집중하는 기법이 소개되고 공유되고 있다. 필자도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명상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시도해 보길 바란다. 우선 조용한 장소와 편안한 자리를 찾아 편하게 앉는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몸 부위의 긴장이나 경직을 풀도록 한다. 잘 되지 않으면 반대로 힘을 세게 주었다가 풀면 된다. 즉 손이나 팔에 힘을 잔뜩 주었다가 서서히 풀면 된다. 그리고 눈은 감고, 배로 크게 일정하게 호흡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식을 즉, 주의를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 딴 상념이나 생각이 떠오르면 좇아가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모든 생각을 쫓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항상 주의를 자신의 호흡에 되돌리려고만 하면 된다. 이렇게 10여분 하다가 보면 잠시 잠에 떨어 질 수도 있다. 불교 수련에서는 잠에 빠지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그렇게까지 엄격할 필요는 없다. 필자도 걱정거리가 있을 때,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때, 피곤할 때 종종 이 방식으로 명상을 하다가 잠시 낮잠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사실 본격적인 명상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라고 일종의 낮잠 자기일 수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하고나면 정신도 맑아지고 다시 힘도 생기는듯한 느낌은 확실한 것 같다.


최근 들어 불교나 요가의 명상이나 혹은 마음챙김(mindfulness)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 gettyimages>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듯이, 이러한 명상이 건강과 수행을 증진시키며, 면역 기능을 좋게 하며, 혈압을 낮추고, 여러 인지 기능을 좋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에 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의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의 명상 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학도에게는 그 구체적인 변화의 기제 혹은 명상 경험의 구성성분들이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홀젤(Holzel)과 동료들은, 명상과 관련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고 묶어 명상에 관한 커다란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명상이 어떤 단일 기술이 아니며, 여러 기제들을 포괄하는 다면적인 심성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네 가지 구성성분, 즉 주의 제어(attention regulation), 몸 자각(body awareness), 정서 제어(emotion regulation), 자아감(sense of self)을 구분하고 있다. 각 기제가 다음 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마음 챙김의 4가지 구성성분

 

 

물론 이 네 가지가 이론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명상 경험의 구성성분이지만 그 작용은 서로 얽혀 일어난다. 예를 들어 주의 제어의 증가가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리적 상태에 관한 자각을 촉진 할 수 있고, 높아진 신체 자각으로 자신이 경험하는 정서를 쉽게 알아채도록 도와 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명상은 훈련과 연습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신체적, 행동적, 대뇌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앞에서 필자가 권했던 명상법은 위의 네 구성성분 중 주의 제어와 신체에 대한 자각만을 포함하고 있다. 보다 세련된 명상 기법을 독자들도 체득하여 자신의 삶에 활용하길 바란다.

 

 

참고문헌
Holzel, B. K., Lazar, S. W., Gard, Schman-Olver, Z., Vago, D., Ott, U.(2011). How Does Mindfulness Meditation Work? Proposing Mechanisms of Action From a Conceptual and neural perspectiv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6,537-559.

 

 

 

 김영진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켄트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인지공학심리학:인간-시스템 상호작용의 이해], [언어심리학], [인지심리학], [현대심리학개론] 등의 저작이 있다.

발행일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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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