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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08.25 인류의 공포 - Virus
배움블로그2013. 8. 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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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에만 5억명 이상 희생 --바이러스의 역사
전쟁 사망자보다 훨씬 많아… 에이즈·스페인독감엔 2000만명씩 숨져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 내내 출현해 엄청난 생명을 앗아갔다.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투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러스 중에서도 인류에게 가장 심각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바이러스는 아마도 천연두일 것이다. 역사상 천연두(두창, 마마라고도 불림)의 존재가 분명히 확인된 것은 기원전 1160년. 당시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얼굴과 목, 어깨에 곰보자국이 확인되면서 천연두로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1520년 마젤란의 세계일주는 ‘신세계’ 원주민에게 무서운 전염병을 옮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콜럼버스와 함께 신대륙으로 건너가 원주민의 95%를 몰살시켰다. 인류 역사상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5억명 이상이 이 질병에 의해 희생됐다고 추정될 정도로 끔찍한 바이러스로 맹위를 떨쳤다. 오죽했으면 정복자들이 “신이 우리가 가질 수 있도록 땅을 청소해주셨다”고 했을까. 그토록 무서운 천연두는 1798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라는 백신을 보급하면서부터 급격히 몰락, 1977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환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바이러스를 물리친 거의 유일한 예다.

 

폴리오(Polio, 척수성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존재했다. 그들이 남긴 상형문자 기록을 보면 소아마비 환자가 보고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병의 원인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지내다가 19세기에 이르러 원인균을 밝혀냈다. 1916년 소아마비가 전세계에 크게 창궐하였을 때는 바이러스 저항성이 전무한 어린이 6000여명이 사망하고, 3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소아마비에 걸려 불구의 몸이 되었다. 일본에서는 1960년 한 해 동안 5606명이나 되는 폴리오 환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5세 미만의 어린이였지만, 저항성이 없는 어른도 희생양이 되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아테네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 황금기를 구가하던 아테네를 몰락시킨 것은 스파르타가 아니라 홍역이었다. 스파르타의 침공으로 수많은 촌락민이 아테네로 몰려들었고 덥고 숨막히는 오두막에서 비비적대던 아테네인 사이에 역병이 돌아 5년간 아테네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

 

일본의 세균의학자 노구치 히데요(英世)의 목숨을 앗아간 황열병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모기를 매개체로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서 끊임없이 유행하는 황열병은 1905년 미국을 공포에 빠뜨리며 10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 질병은 보통 감염자의 5% 정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위험은 줄어든 상황이지만, 1994년 남미에서만 20여만명을 사망케 한 치사율이 높은 질병으로 되돌아왔다. 바이러스가 반세기 만에 다시 만연한 것이다.

 

1918년에는 스페인독감이라는 이름의 인플루엔자가 세계를 강타했다. 스페인에서 발생한 독감은 선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3억명 이상이 감염돼 무려 20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지독한 재앙이 발생했다. 이는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인 1500만명보다 많은 것이다.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독감으로 인한 재앙은 쉼 없이 반복됐다.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7년의 아시아독감, 80만명이 사망한 1968년의 홍콩독감, 그리고 1977년 러시아독감까지…. 10년마다 새로운 독감이 발병한다고 해서 ‘10년 주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1977년 러시아독감 이후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엄청난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지만 언제 또다시 인류를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1976년 6월 수단에서는 ‘에볼라 출혈열’로 284명이 감염되고, 151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19년 만인 1995년 콩고에서 다시 발생해 244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때까지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존재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 후 일주일 이내에 90%의 치사율을 보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기록됐다. 1996년에는 가봉에서, 2004년에는 콩고에서 또 출현해 지금까지 사하라 사막 이남을 중심으로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10여차례 유행하면서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직까지 난공불락, 정확한 기원도 오리무중이다.

 

1980년대 초, 현대의 흑사병이라 불리는 에이즈가 등장해 한동안 잠잠했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인체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 내로 직접 침투해 생명을 앗아가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현재 4000만여명의 감염자를 낳고 2000만명 정도가 사망한 지구촌 최대의 역병이 됐다. 매년 전체 유전자의 1%씩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탁월한 ‘변신술’로 항체나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일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1986년 영국에서 감염된 소가 처음 발견되면서 존재를 드러낸 광우병. 1997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광우병의 정확한 명칭은 우해면양뇌증(BSE)으로 뇌가 스폰지처럼 돼 죽는 병이다. 이 광우병이 사람에게도 전염돼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을 유발했다. 2003년 12월 전세계적으로 153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그 전염성이 너무 커서 광우병이 발병하면 심지어 전국의 모든 소를 소각하기도 한다. 지난 1월에는 캐나다에서 또다시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돼 관련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993년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에선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한타 바이러스 폐증후군이 최초로 발생해 미국 전역과 남미 지역까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336명의 환자가 발생해 200명 가까이 사망했다.

 

1997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는 “발열과 두통에 이어 행동 이상이 나타나고 혼미 상태에 빠진다”는 질병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일명 니파 바이러스.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257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100명이 사망했다. 식육용 돼지에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 알려져 숱한 돼지들이 도살되었다. 그 후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돌아서 신규 발생은 아직 없다.

 

최근 2년 사이에는 사스(SARS)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바이러스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2003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는 범세계적으로 확산되어 30여개국에서 8000여명의 환자를 감염시켰다. 감염 속도가 빠른 사스는 몇 달째 수백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전세계를 휩쓸었다. 발생지인 중국에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기승을 부려 대만, 곧이어 필리핀이 새로운 감염 지역으로 추가 발표되고 캐나다에서도 환자가 나타났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가 신종 폐렴인 사스의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 천문학적인 피해를 유발시켰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실 지난 세기 4차례나 범세계적으로 유행한 질병이다. 최근에는 신종 바이러스(H5N1)로 둔갑해 다시 출현한 것이다. 사람에게 전염돼 1997년 홍콩에서 18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베트남에서는 12명이 숨졌다. 지금도 아시아 지역에선 산발적으로 발병하고 있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불가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치기 소년처럼 공포를 자꾸 확산시킨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갈수록 세지고 있어 재앙이 정말 임박했을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불길한 징조가 포착되고 있다.

 

이렇듯 인간을 공격해온 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아직 인류라는 집단과 만나지 못한 것들도 많다. 이들은 언제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 미래란 현재 시간의 연장일 뿐이다. 21세기라고 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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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
배움블로그2013. 8. 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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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바이러스 공포에 떤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에이즈 이어 사스·AI까지 창궐... WHO "21세기는 전염병 시대"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인류가 처음 접하는 치명적인 신종(新種) 바이러스들은 21세기 인간의 의료 수준을 시험하면서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광우병,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21세기에 들이닥친 신종 바이러스들의 목록을 보면 1980년대 창궐한 에이즈(AIDS)는 그야말로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실제 조류인플루엔자는 에이즈에 이어 ‘21세기 흑사병’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인플루엔자는 2003년 동남아에서 대규모로 발병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2월 12일 치사율 50%가 넘는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럽연합 역내로 진입한 것이 공식 확인되면서 유럽 전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 바이러스 검출 국가들은 보호 감시지대 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를 갖고 이동하는 철새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 2월 9일 나이지리아 농림부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전문가들은 방역 기반 시설이 취약한 아프리카 전역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2004년 44명의 감염자와 32명의 사망자, 2005년 98명의 감염자와 44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1월에만 26명의 감염자와 8명의 사망자를 냈다. 조류에서 인간으로 더 쉽게 전염되도록 진화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되는 수준까지 진화하면 인류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치는 셈이다. “21세기는 전염병 시대”라고 경고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최소 700만명, 최대 1억명의 희생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웨스트 나일 뇌염, 니파 뇌염, 한타 바이러스 폐증후군 등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들의 목록은 길다.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과 함께 결핵, 페스트, 말라리아 같은 오래된 전염병도 부활하고 있고, 지금까지 전염병을 막아내는 유일한 무기였던 항생제는 내성 때문에 점차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염병으로 연간 희생되는 인구는 1500만여명이며 이는 지구 전체 사망자 수의 4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전체 사망자 가운데 3분의 2가 전염병으로 죽는다.

 

지난 20년간 신종 바이러스 30종 출몰

 

전염병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페스트 재앙’이 21세기에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아프리카 지역에선 치사율 90%에 달하는 에볼라 출혈열이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20년간 30종의 신종 바이러스가 출몰해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오랜 싸움이 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최하등 생물인 바이러스와 최고등 생물인 인간 사이의 ‘공생(共生)을 통한 밀월’은 200만년 전 지구상에 인간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대한 낙관적 기대는 1980년대 초 에이즈의 출현으로 여지없이 깨졌다.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19세기 이전까지 상상도 못하던 가설이다.

 

 

 

 
바이러스는 가장 작고 단순한 생명체이면서도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자신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정체를 아리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다 해도,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변화시켜 새로운 모양을 갖추어 출몰한다. 이 돌연변이율의 속도는 다른 미생물에 비해 무려 100만배나 빠르다. 따라서 기존의 바이러스가 언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지 예측하고 대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毒, virus)’을 뜻한다. 바이러스와 인간과는 태생기부터 숙명적인 악연관계를 맺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동물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혼자서는 어떤 증식활동도 벌일 수 없다. 단지 생물의 세포 내에서만 생존하며 기생생활을 한다. 숙주(宿主)가 없는 바이러스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만 있으면 생물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이러스는 인류와 공존하는 동반자인 셈이다.

 

돌연변이율 속도 다른 미생물보다 100만배 빨라

 

그런데 바이러스는 왜 숙주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공격적일까?

숙주인 인류가 사라지면 바이러스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생물(숙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종족 번식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인류를 공격해도 바이러스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 공격 상대도 무차별적이다. 동물(광견병 등)과 식물(담배모자이크병 등), 사람(천연두, 간염, 에이즈 등), 곤충(누에병) 등 세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침입한다. 따라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인류의 생존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고, 작물재배와 가축을 기르는 농·축업의 재해 등 모든 생물계의 골칫거리다.

 

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변성하면서 종(種)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람으로 숙주를 바꾸는 경우가 가장 무섭다. 아프리카원숭이가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겨 발병했다고 생각되는 에이즈가 대표적이다.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만도 지금까지 2500만명이 넘어섰다.

 

조류의 창자를 ‘고향’으로 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은 인체를 공격할 수 없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무슨 계기로 그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걸까?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는 대부분 RNA(리보핵산ㆍ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물질)가 전달한다. RNA는 DNA보다 불안정해서 돌연변이가 좀더 쉽게 일어난다. 독감 바이러스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조류가 아닌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전염될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됐고, 이 바이러스가 직접 인체로 침투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듯, 돌연변이에 능한 천의 얼굴을 가진 바이러스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다. 영하 수십도에서도 미래의 번식을 기약하며 긴 잠을 잔다. 냉동보관한 두창(천연두) 바이러스는 30년 뒤 해동했을 때 쉽게 살아났고, 1918년 스페인독감의 바이러스는 70년간 알래스카의 동토에 묻혔던 사체의 폐 조직에 붙어 생존했다. 사스 바이러스는 인간의 대변에서 2일, 소변에서 1일, 플라스틱 위에서 2일 이상 생존할 수 있고, 기댈 숙주 없이 공기 중에 붕붕 떠다녀도 1~2시간은 거뜬히 살 수 있다.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많이 혼동한다. 물론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사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존재다. 세균은 몸집도 바이러스보다 크고 핵을 가지고 있어 숙주 없이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또한 항생제가 어느 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상대하기 힘든 이유다. 에이즈로부터 간염, 독감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은 수백 종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전무한 상태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892년 러시아의 생물학자 이바노프스키에 의해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부터 1938년 독일의 물리학자 루스카의 전자현미경에 의해 베일에 가려졌던 바이러스의 모습이 처음으로 벗겨지기까지 100년이 걸렸다. 그러나 세기가 바뀐다고 우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에 걱정해야 할 바이러스는 과거에 경험했고 지금도 되살아나는 기존 질환의 유행(re-emerging)이거나, 과거에 만난 적이 없는 새로 생겨난 질병의 유행(emerging)이다. 바이러스의 영원한 ‘짱’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7~18세기 무렵 탄생했지만 돌연변이가 주특기여서 아직도 잡히지 않은 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당분간 인플루엔자를 누를 수 있는 바이러스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숙주인 인체와 아직 서로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러스라는 공격자를 알고 있는 이상 이에 대처하는 인간의 전략, 전술도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고 바이러스도 이에 적응해 숙주 공격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숙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구상에는 40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그 중 약 100종이 사람의 몸에 병을 유발한다. 이들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바이러스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바이러스의 거주지를 침범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 과학자들의 견해다.

 

인류는 유사 이전부터 바이러스에 의해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인류는 과거보다 더 우수한 바이러스 약을 갖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었고, 그 결과 1980년에는 WHO가 천연두가 근절되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러한 선언이 나올 무렵, 이제까지 밀림 안에 봉인되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차례로 나타났다. 세계를 뒤흔든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그것이다. 도대체 새로운 바이러스는 왜 자꾸 나타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첫 번째 이유로 공중보건체계의 붕괴를 들었다. 물론 각국 공중보건체계와 국제간 협력 시스템이 인류 역사상 지금보다 잘 갖춰져 있는 때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내부에서 발생한다. 가난한 나라뿐 아니라 부유한 국가에서도 빈민계층이 증가함에 따라 위생 상태가 악화돼 결핵 등이 다시 번창하는 식이다. 또 냉전이 종식되고도 국지적인 분쟁이 끊이지 않아 전쟁의 참상에 시달리는 국가들이 병원균을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내란과 전쟁으로 인한 인구의 대이동과 기근 또한 기존 질환과 새로 생겨난 질병의 유행을 초래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전쟁과 질병의 확산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초 아프리카 지역에서 갑자기 창궐한 마버그 바이러스 질환에서 이런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롭게 등장하는 탓도 있지만 사람들의 행태 변화 역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주요 원인이다. 대표적인 게 국제무역과 여행이다. 과거에는 질병이 지역적으로 국한돼 소위 ‘질병의 쇄국주의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문명의 세계화는 곧 바이러스 집단의 세계화로 이어졌다. 세계 여행의 자유화는 한 지역에서만 창궐하던 바이러스의 세계 여행을 가능케 해 ‘수입병’이라는 낯선 질병을 등장시켰다. 처음엔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만큼만 질병이 퍼지다가 다음에는 말이 뛸 수 있고 배가 항해할 수 있는 거리까지 나갔다. 이제는 비행기가 전염병을 옮기는 최악의 위험 요인이 돼버렸다. 비행기는 여행자, 사업가, 군인, 이민국 관리, 정치적 난민들과 함께 병원체를 퍼뜨린다.

 

식량·원료 공급의 세계화 역시 바이러스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좋은 예가 광우병이다. 영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의 공포는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다. 이에 한몫을 더한 경우가 패스트푸드를 통한 음식 문화의 세계화다. 햄버거, 피자, 통닭과 같은 지구적인 음식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각종 전염원을 퍼뜨린다.

 

인구의 급증도 한몫 한다. 신종 바이러스는 원래 열대지역의 삼림에 서식하는 원숭이나 쥐, 박쥐 등을 자연 숙주로 삼고 있다. 최근까지 깊은 숲 안에 밀폐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은 농지 확대와 목재 확보를 위해 서슴없이 대규모 삼림 벌채를 해왔다. 경작지를 만들기 위한 숲의 벌목은 아프리카에 에볼라 출혈열을 불러왔고, 그 대가로 우리들은 봉인되어 있던 바이러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명수다. 치료제를 개발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스스로를 변환시킨다. 에이즈를 퇴치하지 못하는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현단계 바이러스 치료책은 어디까지 개발됐을까?

 

바이러스가 위세를 떨치며 점차 인간세계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반면, 인간은 적절한 대책없이 무력하게 쓰러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항균제가 개발되면서 세균 감염질환의 치료는 향상돼 왔지만,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숙주세포에 침입해 복제·증식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바이러스의 독특한 구조와 증식과정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입한 뒤 그곳의 여러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하고 증식시키는데, 인체의 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고 바이러스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치료제를 개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등장한 항바이러스제는 모두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진 못한다.

 

 

 

 

 

어쩌면 바이러스를 극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백신을 개발했다고 해도 새로운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바이러스 중 하나인 감기의 치료제 개발 역시 이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밀고 밀리는 전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연구자들은 세균은 항생제라는 ‘창’으로,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방패’로 막아내고 있다. ‘백신(vaccine)’은 라틴어로 소(vacca)를 뜻하는데, 제너의 업적인 우두 접종법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백신은 일종의 ‘가짜’ 병균이다. 죽거나 기능이 약해진 병균이기 때문에 병균으로서의 자격은 미달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우리 몸에 접종하면 유익한 효과가 발생한다. 몸이 ‘가짜’ 병균을 ‘진짜’로 알고 방어체계를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나중에 ‘진짜’ 병균이 몸에 침투해도 이와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수호군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을 맞으면 60~90% 예방이 가능하다.

 

치료가 어렵다면 최선의 방책은 예방이다.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해도 여기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 시스템을 인체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천연두가 지구에서 퇴치된 것도 성공적인 예방접종의 결과다. 현재 예방접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이러스 질환으로는 홍역, 풍진, 유행성 이하선염, 소아마비, 일본뇌염, 인플루엔자, B형 간염, 광견병 등이 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소아마비도 근절될 것으로 기대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동물의 질병이 어느 순간 인간에게 옮겨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선 개개 국가의 방역시스템과 검역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하다. 각국의 방역체계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데 반해 불행하게도 검역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까다롭다는 미국조차 허점투성이다. 사스도 중국의 방역체계가 조기에 가동됐다면 그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WHO는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의 방역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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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