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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1 [미네르바 경제이야기 22] 미네르바, 대중과 소통하다
배움블로그2013. 8. 2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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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신촌의 ‘북코러스’라는 이름의 독서클럽에 미네르바가 강사로 나섰다. 북코러스는 ‘두껍거나 어려운 경제학 도서들을 낭독하는 독서포럼’이다. 20~40대 학생·직장인·전문가들인 회원들은 이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부의 미래’를 낭독하는 대신 미네르바의 경제 강의를 듣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회원들은 만만찮은 경력의 소유자들이었다. 한 경제단체 연구원, 대기업 SI업체 팀장, 영국 유학파 출신 교수, 외국계 보험사 자산 컨설턴트, 해외 무역업 담당자 등. 직장인 치고는 나름 쟁쟁한 면면이었다.

이 모임에 강사로 등장한 서른 두 살의 미네르바는 유명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클럽 멤버들에 비해 소위 ‘가방끈’도 짧고 직장 경력도 뒤졌다. 일간스포츠 경제칼럼으로 경제 비판의 날을 세웠던 미네르바는 이들 앞에서는 약간 긴장한 것 같았다. 게다가 첫 대중 강의였다.

이날의 주제는 부동산·환율·주가·중국경제 등 주요 경제변수들이었다. 미네르바의 거침없는 예측과 토론이 이어지면서 모두가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로 흥미진진한 현장이었다.

미네르바 그 베일을 벗다

이 모임 참석자들은 “아직도 주위에서는 일간스포츠 칼럼을 연재하는 미네르바가 진짜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며 “미네르바는 노인이라는데 그 말은 헛소문이었느냐”고 물었다. 검정색 모자를 눌러쓴 미네르바는 "제가 노인처럼 보여요"라며 멋쩍은 표정이었다.

참석자들은 의혹의 인물에게 듣는 경제 강의를 나름 관찰하는 시선으로 경청했다. 이들의 선입견은 그가 강연을 시작하자 살살 녹아드는 것 같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강연이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대체로 그가 연재했던 칼럼의 내용과 일치된 경제학적 논리와 소신을 일관되게 펼쳤다.

미네르바는 이날 북코러스 모임의 주제였던 앨빈 토플러 박사의 ‘부의 미래’를 첫 번째 화두로 입을 열었다. “오늘 이 모임이 낭독하기로 했다는 ‘부의 미래’는 철저히 미국적 관점의 책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앞으로 미국이 이렇게 저렇게 변할 터이니 이렇게 저렇게 대비하라는 것이 요지다. 이 책을 읽을 때 한국적인 관점에서 재해석을 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참석자들의 놀란 눈을 뒤로 한 채 미네르바는 화제를 급선회하여 “한국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부동산”이라고 못 박은 뒤 말을 이었다.

전세제도 탓 부동산 오름세 지속

“한국경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뭐니 뭐니 해도 부동산이다. 우리가 경제학자가 되지 않을 바에는 경제 현상에 대한 이론적 해석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현실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에 대해 팩트(사실)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재테크적인 대처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우리 경제 현실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팩트가 바로 부동산이다. 한국 가계 자산구성 중 82%가 부동산이므로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의 부동산은 강남 벨트를 중심으로 폭등하는 추세가 멈추지 않는다"는 게 현재 부동산 논리의 핵심이다.

그는 "강남 부동산 수요는 학군수요에서 학원수요로 넘어갔고, 강남 물량을 거의 강남 사람들이 되사면서 오름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은행은 아파트 담보 대출 관행을 멈출 수 없는 구조에 빠져 있다.

게다가 ‘전세’라는 제도가 있는 한 아파트 투기수요를 잠재우기는 불가능하다. DTI(소득대비 총대출 규제)나 LTV(담보가액 대비 대출규제) 등으로 규제한다면 되레 고소득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 5000만원짜리 이하 주택 전세자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영영 불가능해지는 역작용이 나타날 게 틀림없다.”

첫 대중강의라 호흡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미네르바의 논지는 분명했다. 부동산에 관한 한 시장이 정부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이다. 미네르바는 나아가 “강남 아파트의 시세 대비 전세가격은 30~35%에 불과한데, 이는 거품이 끼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면 전세가가 오를 수 있는 여력이 20% 정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급등론 대 급락론

허를 찌르는 미네르바의 논점에 참석자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경제단체에 근무하는 박일호씨(44)가 한 부동산관련 서적 신간의 신문광고 지면을 스크랩한 것을 펼쳐 보이며 “부동산이 오를 거라고 믿고 은행을 따라가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데 부동산이 너무 올라서 일본처럼 대폭락할 가능성은 정말 없느냐?”고 짚고 넘어가듯 물었다.

미네르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것은 부동산 시장이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이론적으로 가정했을 때 가능한 논리”라며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정부정책 시장이며 불완전 경쟁 시장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해가 바뀌어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는 지방 아파트 시장과 강남을 비롯한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결코 1:1 관계가 아니다. 서울·수도권은 전세도 품귀인 시장이지만 지방은 전세 살 필요도 없이 저렴한 가격에 미분양이 천지인 시장이다. 강남·서울·수도권 일부는 집주인들이 세금이 오르면 전세가를 올리고 금리를 올리면 전세를 월세로 돌려서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이다.

게다가 2010년부터 상속 증여세 감세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강남 아파트 주인들은 상속 증여에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아파트를 장기 보유하려 할 것이다. 가격이 폭락은커녕 떨어질 수가 없는 현실이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약간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부동산 가격 급등론만을 설파하자 이미영씨(가명)가 반론을 제기했다. “강남이 학원수요 특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 정책이 자율형 사립고의 지방 분산 설립으로 본격화되면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가격도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이야기로 불이 붙은 분위기가 어느새 ‘내집 마련에 대한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데로 비약했다.

1억 원 미만 서울 수도권 거주자 내 집 마련 어렵다

외국계 보험사 자산 컨설턴트 이태희씨가 “30대 월급쟁이 고객들을 많이 만나보면 다들 '지금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타이밍이냐?’는 질문이 많다”며 자신도 고민하는 처지라고 털어놓았다. 이때부터 미네르바의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린 듯 참석자들 사이에 침이 튀기는 내집 마련 전략이 설왕설래됐다.

한 참석자가 “가장 수익률이 높은 내 집 마련 전략은 약 1억 원 정도의 전세를 살고 있다고 가정할 때 서울 시내 변두리 재건축 지분을 사는 것을 목표로 악착같이 1억 원 정도 더 돈을 모으는 것이다. 1억 원 미만의 전세자들의 경우 사실상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끌시끌, 미네르바의 경제 강의는 어느새 저마다 경제적 처지를 해결하는 토론의 장으로 변한 듯 했다.

열기가 차츰 사그라들 무렵 미네르바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5000만원 미만 전·월세 세입자들과 1인 가구가 절대 다수인 게 현실이다. 비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앞으로 내 집 마련은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서민들이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죠.”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미네르바의 말을 뒤로 하고 영국 유학파 출신 채일권 교수가 말을 이었다.

“영국에 잠시 유학 중일 때 비슷한 평형대의 주택이라도 윔블던 고급 주택가에 있는 주택은 1채에 15억 원을 호가했는데, 거기서 15분 떨어진 지역의 주택은 3억 원 선이었다. 무려 500%나 차이가 났는데 그 원인은 고급 주택가에는 상류 사립학교가 있다는 것이었고 저가 주택가에는 유색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부동산 문제, 그 중에서도 주택을 둘러싼 이슈는 참으로 치열한 경제적 변수라는 것이 드러났다.

원달러 환율 장기적으로 1100원 대

세계 경제의 기대주인 중국 이야기도 나왔다. 미네르바는 “중국이 한국·일본·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들의 활로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세계 외환보유고의 25%인 2조 달러에 달해 위안화 절상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또 상하이 주가 지수는 정부의 과도한 예산 집행으로 인해 연초 대비 70%나 상승해서 조만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상하이 주가는 연말까지 호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콕 집어서 예측했다. 미네르바는 IS일간스포츠 연재에서 ‘한국은 중국의 내수 시장에 관심을 갖고 유통과 물류를 장악해야만 활로를 열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외 무역업에 종사중인 송하경씨는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 주가 조정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언제쯤 예측되는지, 환율 적정선은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미네르바는 “미국 금리를 언제 올리느냐가 포인트인데, 장기적으로 1100원 대에서 정상화 될 것이며 코스피 주가는 중국의 조정기와 맞물려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개인 자산방어, 생존 경제학의 시대

이날 미네르바는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2시간 30분 여 거침없이 주장을 펼쳤다. 미네르바 경제강의를 다 듣고 난 참석자들은 “신비한 인물이 아니라 보통 30대 청년이라는 걸 실감했다”며 웃었다.

모임 대표 김보경씨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예견한 것도 남보다 열심히 정보를 찾으려 노력해서 알아낸 것이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알고 보면 미네르바는 평범한 청년일 뿐인데 국가가 헛심을 쓴 것 같다”며 “네티즌들의 신비화나 가짜 미네르바 등장 언론 파동까지 소문이라는 게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났지만 참석자들의 열기에 고무된 미네르바는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전한 직장인들의 모임이 있다니 놀랐다. 저도 참가하고 싶다”며 즉석에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미네르바는 이어 “저는 정말 평범한 30대에 불과하다. 제가 공연히 유명하게 된 이유는 국가 제도와 시스템이 개인의 자산을 빼앗아 가려는 듯한 경제 상황에 대해 참지 못하고, 개인들이 자산 방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편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보경 대표는 "미네르바가 일간스포츠에 연재중인 '경제이야기'는 개인들의 생존 경제학 지식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채일권 교수는 “미네르바의 탁월한 점은 아이디어적인 데 있는 것 같다. 남들이 잘 보지 못하거나 흘리는 것을 챙겨서 분석하는 것이 남다른 점이었다. 또 알고 있더라도 용기 있게 발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미네르바는 그걸 글로 써서 발표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평에 대해 미네르바는 고개를 조아렸다. 참석자들은 “대중 강의를 잘 준비만 한다면 논지가 훨씬 뚜렷하게 전달될 것 같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한나씨는 "유명하지만 평범한 30대 청년 미네르바의 첫 대중 강의는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고 싶다"고 바랐다. ‘공부의 열정’이 ‘삶의 열정’으로 이어진,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유명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에서 평범한 초식남 청년으로 돌아온 30대 박대성이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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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