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를 비롯한 많은 새들도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친다. 새끼가 태어났을 때 과연 먹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가장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듯 암컷은 선물을 다 먹어보고 나서야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용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할 때 흔히 반지를 선물하는데 동물들의 구애 선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기 몸의 일부를 구애 선물로 바치는 수컷들도 있다. 교미를 마치고 난 즉시 암컷으로 하여금 자신의 두툼한 날개살의 일부를 먹게 하는 귀뚜라미나 베짱이 수컷도 있고, 각종 분비물을 교미 전 또는 교미 도중 암컷에게 제공하는 수컷들도 있다. 내가 파나마와 코스타리카의 열대 우림에서 관찰한 민벌레(Zorotypus barberi) 수컷은 구애 과정에서 머리 한복판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액체 분비물을 방울 형태로 암컷에게 제공한다. 민벌레 암컷은 그 구멍에 입을 대고 분비물을 빨아먹으며 몸을 활처럼 뒤틀어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락한다. 정자를 암컷의 몸 속으로 사정할 때 온갖 영양분을 함께 담아 종합선물세트처럼 건네 주는 수컷들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사마귀의 수컷은 교미 중 암컷에게 자신의 머리를 통째로 선물로 바친다.
암컷에게 직접적으로 영양이 되는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밀회장소를 마련하고 때론 꽃까지 선물하는 새들이 있다. 뉴기니와 호주 북부의 열대림에 서식하는 명금류의 일종인 정자새(bowerbird) 수컷들은 자기들이 사는 집과는 별도로 정자(bower)를 만들고 그 앞을 온갖 화려한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하여 암컷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어떤 수컷들은 매일 아침 갓 피어난 꽃들을 꺾어다 정자를 장식하고 암컷을 맞이하기도 한다. 마치 인간 수준의 미적 감각을 갖춘 듯한 정자새 암컷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컷들은 온갖 반짝이는 물건들을 수집하러 다니느라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서로의 정자에서 그런 물건 또는 나뭇가지를 훔치기도 한다.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우리 수컷들이다.
"인천 앞바다에 내 배만 들어오면…" 허풍은 남자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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