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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블로그2013. 8. 2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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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른 글에서 이미 밝힌 대로 이 세상의 수컷들은 모두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산다. 모름지기 후세에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수컷이라는 동물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암컷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암컷의 몸을 통하지 않고는 유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아예 암컷끼리만 사는 생물도 있고, 암수가 함께 살다가 수컷을 없애버리고 암컷들만 사는 생물도 있지만, 수컷들만으로 구성된 생물은 없다. 어쩌다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개체군은 필연적으로 절멸(extinction)의 수순을 밟게 된다. 흔히 단위생식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처녀생식은 가능하고 또 심심찮게 나타나지만 총각생식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암컷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수컷의 숙명

그래서 다윈은 일찍이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성의 선택권은 거의 언제나 암컷에게 쥐어질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느 작가도 사랑하는 남자의 창 밑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여인을 묘사한 바 없다. 동물세계에서도 수컷이 암컷을 따라 다니며 구애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반대 현상은 매우 드물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 생물학자들 간에도 암컷이란 원래 수컷이 잘못 만지기만 해도 죽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었다. 따라서 수컷들이 암컷 앞에서 종종 장시간에 걸쳐 복잡하고 다양한 구애행위를 보이는 이유는 성행위를 두려워하는 암컷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화론에 바탕을 둔 현대 행동생태학 이론에 따르면 구애 행위란 사실 암컷에게 잘 보여 선택 받기 위한 수컷들의 처절한 노력에 지나지 않는다.


 수컷으로 태어났지만 암컷 선택(female choice)의 수혜자가 될만한 미를 갖춘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수컷 경쟁(male-male competition)에서 살아남을 만큼 강인한 체력을 지닌 것도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평생 암컷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여생을 수도승처럼 조용히 지내다 죽어갈 것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 옛 속담이 있다.


자식을 보려면, 여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러나 가죽이나 이름보다도 더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은 유전자이다. 생물의 몸은 죽음과 함께 썩어 없어지지만 유전자는 자손의 몸을 통해 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살아 숨쉬는 우리는 사실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니고 우리 몸 속에 있으며 영원한 삶을 갈구하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의 기획에 따라 움직이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 비록 약자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수컷이라도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포기할 수는 없다. 유전자가 그리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 것이다.

 

 

환심을 살 때는 선물이 최고

아름다움과 힘으로 승부할 수 없을 때 선물 공세로 암컷의 환심을 사려는 수컷들이 있다. 밑드리(scorpionfly)라는 곤충의 수컷들은 먹이가 될만한 곤충을 잡아 암컷에게 선사하고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식사와 정사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결코 낭만적이지 못한 밑드리 암컷을 위해 수컷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선물을 잡아 바치려 노력한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쏜힐(Randy Thornhill) 교수는 구애 선물이 크면 클수록 암컷에게 선택 받을 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 큰 선물일수록 암컷이 먹는 시간이 길어지며 보다 많은 정자들이 암컷의 난자들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암컷을 위해 정자를 활하게 꾸미는 정자새

 

갈매기를 비롯한 많은 새들도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친다. 새끼가 태어났을 때 과연 먹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가장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듯 암컷은 선물을 다 먹어보고 나서야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용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할 때 흔히 반지를 선물하는데 동물들의 구애 선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기 몸의 일부를 구애 선물로 바치는 수컷들도 있다. 교미를 마치고 난 즉시 암컷으로 하여금 자신의 두툼한 날개살의 일부를 먹게 하는 귀뚜라미나 베짱이 수컷도 있고, 각종 분비물을 교미 전 또는 교미 도중 암컷에게 제공하는 수컷들도 있다. 내가 파나마와 코스타리카의 열대 우림에서 관찰한 민벌레(Zorotypus barberi) 수컷은 구애 과정에서 머리 한복판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액체 분비물을 방울 형태로 암컷에게 제공한다. 민벌레 암컷은 그 구멍에 입을 대고 분비물을 빨아먹으며 몸을 활처럼 뒤틀어 수컷에게 짝짓기를 허락한다. 정자를 암컷의 몸 속으로 사정할 때 온갖 영양분을 함께 담아 종합선물세트처럼 건네 주는 수컷들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사마귀의 수컷은 교미 중 암컷에게 자신의 머리를 통째로 선물로 바친다.  

 

암컷에게 직접적으로 영양이 되는 선물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밀회장소를 마련하고 때론 꽃까지 선물하는 새들이 있다. 뉴기니와 호주 북부의 열대림에 서식하는 명금류의 일종인 정자새(bowerbird) 수컷들은 자기들이 사는 집과는 별도로 정자(bower)를 만들고 그 앞을 온갖 화려한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하여 암컷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어떤 수컷들은 매일 아침 갓 피어난 꽃들을 꺾어다 정자를 장식하고 암컷을 맞이하기도 한다. 마치 인간 수준의 미적 감각을 갖춘 듯한 정자새 암컷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컷들은 온갖 반짝이는 물건들을 수집하러 다니느라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서로의 정자에서 그런 물건 또는 나뭇가지를 훔치기도 한다.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우리 수컷들이다.

 


"인천 앞바다에 내 배만 들어오면…" 허풍은 남자의 속성?

우리 수컷들이 감행하는 짓에는 다분히 사기성이 농후한 발언과 허풍이 포함된다.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방영된 TV 연속극 ‘주몽’에서 동명왕 개국설화에 등장하는 민족 영웅 ‘해모수’ 역을 열연했던 성격 배우 허준호의 실제 아버지 허장강은 주로 악역이나 허풍이 심한 남자 역을 도맡아 했던 왕년의 명배우였다. 어느 영화에선가 그가 특유의 깊숙한 저음으로 읊조렸던 “아가씨, 우리 뽀뽀~나 한번 할까? 내 배만 들어오면 말이야…”라는 대사는 당시 장안의 대히트였다. 성대모사에 조금이라도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모두 한번쯤 이 대사를 흉내 내곤 했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종종 실제보다 자신을 훨씬 더 크게 포장한다. 웬만한 남자라면 모두 조만간 인천 항구에 들어올 배 한 척쯤은 다 가지고 있다.


춤파리과(Empididae)에 속하는 파리 수컷은 다른 곤충을 먹이로 잡아 그걸 암컷에게 청혼선물로 주고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동안 교미를 하는 풍습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풍선파리(balloonfly)라고 불리는 종들은 더욱 정교한 구애 행동을 보인다. 풍선파리 수컷들은 먹이로 잡은 곤충을 스스로 분비한 생사를 이용하여 선물포장을 한 다음 암컷에게 바치는 상당히 세련된 구애 행동을 보인다. 그런데 어떤 수컷들은 이보다 한 수 더 떠 먹이를 잡지도 않은 채 속이 텅 빈 선물을 포장하여 암컷에게 준 다음 암컷이 그 선물을 뜯는 동안 교미를 마친다. 요즘 환경 보전을 위해 상품의 과대포장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쯤 되면 과대포장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암컷(중간)에게 먹이(우)를 선물하여 교미하는 춤파리 수컷(좌)
<출처: (CC)Onno Zweers>

 

 

재력과 권력을 위한 온갖 권모술수

장래 언젠가 들어올 배를 얘기하는 것보다 실제로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한 전략일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동물들에서 수컷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느라 또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며 산다. 우리 사회의 많은 남성들이 출세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것도 비슷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북미 늪지대에 서식하며 일부다처제의 번식구조를 갖고 있는 붉은날개지빠귀(red-winged blackbird)를 가지고 실행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이른 봄 늪지대에서 수컷들이 제가끔 자기 영역들을 확보한 후, 워싱턴 대학의 생태학자들은 제일 큰 영역을 가진 수컷을 잡아 불임수술을 한 다음 돌려보냈다. 비록 생식 능력은 잃었지만 가장 큰 영역을 지닌 그 수컷에게 여전히 많은 암컷들이 기꺼이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인지가 관찰의 대상이었다. 그 실험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많은 암컷들이 그 수컷의 영역에 둥지를 틀었고 또 아무 어려움 없이 새끼들을 낳아 길렀다. 그 암컷들은 모두 짝짓기는 변방의 수컷들과 하고 새끼가 태어난 후에는 남편의 재산을 이용하여 그들을 양육한 것이다.

 

 

 

침팬지 사회의 권모술수를 다룬 <침팬지 폴리틱스>

침팬지 사회의 권모술수를 다룬 <침팬지 폴리틱스>


재력 못지 않게 암컷들에게 매력적인 것이 수컷의 권력이다. 역시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사는 붉은 사슴(red deer)의 경우에는 몇몇 으뜸수컷들만이 제가끔 암컷 몇 마리씩을 보호하고 있고 총각들은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며 암컷들을 업어가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암컷들을 거느리고 있는 수컷들은 모두 다른 수컷들과 싸워 승리하여 높은 사회 서열을 차지한 수컷들이다. 암사슴들은 수컷들 간의 이런 권력 다툼을 지켜본 후 승리한 수컷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성적 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 사회에서도 암컷들은 주로 계급이 높은 수컷들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그래서 수컷들은 늘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곤 한다.

 

현재 미국 에머리 대학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Yerkes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 소장인 네덜란드 태생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저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에는 침팬지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마키아벨리식 권모술수들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인간 사회의 갈등과 권력 다툼을 방불케 하는 갖은 일들이 침팬지 수컷들의 세계에도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능력이 안되면 새치기라도

고즈넉한 가을밤 창 밖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뭇 시인들에게는 낭만의 표상이지만 이는 사실 밤이 지새도록 암컷을 부르는 수컷들의 처절한 애모곡이다. 요즘엔 무척이나 듣기 어려워졌지만 예전에는 소낙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이른 여름날이면 서울에서도 맹꽁이나 개구리들의 합창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역시 흥겨운 노래 한 마당이 아니라 수컷들이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질러대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데 이런 양서류나 귀뚜라미 중에는 가끔 힘들여 열심히 노래하는 수컷들 주변에 조용히 숨어 있다 노래하는 수컷을 찾아가는 암컷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얌체족들이 있다. 동물세계의 온갖 의사소통 수단 중에서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크다. 윗날개를 마주 비벼 소리를 내는 귀뚜라미 수컷을 상상하며 두 팔을 등 뒤로 젖힌 채 서로 엇갈리게 흔들어보라. 그저 열댓 번만 해도 팔에 힘이 빠질 지경일 것이다. 그걸 밤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밤이 새도록 울어대는 귀뚜라미가 달리 보일 것이다. 얌체족들은 다른 건장한 수컷들의 정직한 노력에 빌붙어 자기들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 한다.

 


여자를 얻기 위해서라면 여장도 불사한다

이른 봄 캐나다의 동남부와 미국의 동북부에서는 막 겨울잠에서 깨어난 누룩뱀(red-sided garter snake) 수십 마리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암컷 한 마리를 보고 교미하러 몰려든 수컷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난 수컷들은 떼를 지어 아예 암컷이 자고 있는 굴 문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기다린다.

 

그러다 암컷이 나타나면 서로 가까이 접근하려 필사적으로 몸싸움을 하느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 때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컷들 중에는 가끔 암컷 냄새를 풍기며 암컷처럼 행동하는 여장남 수컷들이 있다. 다른 수컷들이 자신을 암컷으로 착각하고 따라다니는 동안 자기는 진짜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하는 기발한 수컷들이다.


수십마리가 뒤엉킨 누룩뱀 <출처: ngd>

 

북미의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호랑이도롱뇽(tiger salamander) 사회에도 여장을 한 수컷이 교묘한 방법으로 암컷의 몸 속에 자기의 정자를 전달한다. 도롱뇽은 암수가 직접 교미하지 않고,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여 자기 뒤를 따라오게 만들고 정포(spermatophore)라고 부르는 정자를 담은 보따리를 땅에 떨구면 뒤따라오던 암컷이 그 정포 위를 지나며 그걸 몸 속으로 받아들여 수정이 이뤄진다. 그런데 호랑이도롱뇽 수컷 중에는 암컷과 형태와 냄새가 흡사하여 구애 중인 암수 중간에 끼어들어 앞에 가는 수컷이 놓고 간 정포 위에 자기 정포를 얹어 뒤에 오는 암컷이 결국 자기의 정포를 취하도록 만드는 얌체 수컷들이 있다.

 

 

남의 정자는 싹 긁어 내고…

짝짓기를 마친 다음에도 수컷의 시름은 끝이 나질 않는다. 초여름 연못가에서 한가롭게 나는 실잠자리나 늦여름 온 하늘을 뒤덮는 잠자리 들이 종종 마치 2인승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처럼 앞뒤로 붙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잠자리와 잠자리의 수컷 생식기에는 마치 주걱처럼 생긴 기관이 있어서 수컷이 일단 암컷의 질 속으로 들어가 만일 다른 수컷의 정액이 있는 걸 발견하면 그걸 죄다 긁어낸 다음에야 자신의 정액을 사정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마친 다음에도 암컷을 놓아주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붙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자 제거(sperm displacement) 전략은 꼴뚜기에서도 관찰되었다. 꼴뚜기 수컷은 셋째 다리를 사용하여 암컷의 구강막(buccal membrane)에 붙어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 덩어리를 제거한다. 유럽의 바위종다리(dunnock) 수컷은 교미하기 전에 암컷의 꽁무니 근처의 배설강(claoca) 부위를 계속 쪼아대어 결국 암컷으로 하여금 이전 수컷의 정액을 분출하게 만든 다음에야 짝짓기를 한다. 상어는 우리 여성들이 관수기(douche)로 질을 세척하는 것처럼 암컷의 질 속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뿜어낸 다음 자신의 정액을 주입한다.

 

실잠자리의 교미 장면

 

 

그러나, 편법은 편법일 뿐!

위에 소개한 예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럼 무슨 이유로 어떤 귀뚜라미 수컷은 애써 에너지를 소모하며 밤이 새도록 울어대며 또 어떤 풍선파리는 굳이 먹이 곤충을 잡느라고 애를 쓰는가 의아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동물에서 암컷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사는 게 수컷이다 보니 이렇듯 온갖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고 진화했지만 어느 종에서나 편법이 정도보다 더 효과적인 예는 없다. 에너지를 소모하며 소리를 질러 암컷을 부르는 정직한 수컷이 얌체족보다는 훨씬 더 많은 암컷들과 교미할 기회를 갖는다. 여장을 하고 다른 수컷들을 속이며 암컷에게 접근하는 수컷들도 할 수만 있다면 당당히 건장한 모습으로 암컷 앞에 서고 싶을 것이다. 속임수와 요행수로 여성들의 환심을 사려하는 남자들은 한번쯤 음미해 볼만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발행일 
2009.11.05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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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