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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8 오늘의 경제용어 CDS 공부
My way/경제용어사전2011. 11.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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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투자은행 JP 모건의 한 여성 직원이 1995년 어느 날 “유레카!”를 외쳤다.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라고 동료 직원들에게 말했다. 평소 내성적이던 그의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은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그의 발명은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지형을 바꿔놓았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얘기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 JP 모건에 입사한 블라이드 마스터스(47)라는 여성 금융인에 의해 만들어진 금융기법이다. CDS는 금융시장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 즉 돈을 떼이는 두려움을 해소하는 획기적 발명품으로 평가받았다.


CDS는 금융회사와 보험회사(또는 헤지펀드) 사이의 계약이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달마다 또는 분기마다 일정 금액(보험료)을 보험회사에 준다. 대신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면 원리금을 보험회사로부터 받게 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보험회사는 계약 자체를 시장 가격에 맞춰 제3자에게 팔아넘길 수 있다. 돈을 꿔준 쪽이나 보증 선 쪽 모두 돈 떼일 위험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또 비슷한 신용도를 갖춘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확률을 바탕으로 계산한 파산위험지수가 주가지수처럼 발표된다. 금융회사와 보험회사는 이 지수를 바탕으로 기업의 신용도를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CDS가 ‘제2의 서프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기업의 채무불이행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탓이다. 또 올 기업 부도율은 최근 30년 평균치인 5%(채권액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폭풍전야

CDS 개발자인 마스터스는 월스트리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증폭시킨 부채담보부증권(CDO)도 그의 두뇌에서 나왔다. 그래서 ‘20세기 후반 최고의 금융상품’을 낳은 어머니로 불렸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이 상품을 극찬한 바 있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승승장구해 현재 JP 모건 신용파생상품 부문 책임자를 맡고 있다.

CDS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원리금 상환이 보장된 채권액 기준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데 5년이 걸렸지만 일단 그 고비를 넘기자 지난해 말 무려 45조5000억 달러(4경2770조원)의 시장이 형성됐다. 7년 사이에 45배나 불어난 것이다. 미국 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배 규모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앙인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시장의 시가총액(7조1000억 달러)보다 6배 이상 크다.

그런데 최근 이 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빚어진 신용경색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미 우량기업 CDS지수가 올 초 88선에서 현재 140선으로 껑충 뛰었다. 유럽지역 비우량 기업의 CDS지수는 같은 기간 300선에서 530선으로 급상승했다. 그만큼 시장이 기업의 파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고,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회사들이 보험사에 내야 하는 CDS 보험료는 두 달도 채 안 돼 60∼70% 비싸졌다.

그 여파로 은행 등은 기업에 돈 꿔주기를 꺼리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돈이 귀해진 와중에 CDS 보험료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CDS 시장은 바싹 마른 건초 더미로 가득한 창고와 같다”고 씨티그룹 신용파생상품 분석가인 마이클 햄던-터너는 말했다.
 
둠스데이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약속한 날짜에 빚을 갚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건초 더미에 불이 붙는 것이다. 물론 기업 채무불이행 사태가 벌어졌을 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CDS시장이 형성된 지 13년밖에 되지 않아 단정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AIG의 50억 달러 손실은 그 파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다. AIG는 보험료를 받고 원리금을 지급해주기로 했는데, 채권이 부실화하는 바람에 약 50억 달러를 물어주게 됐다. 여러 기업이 파산하면 AIG처럼 보험회사·헤지펀드들이 손해를 보게 되고 심하면 줄줄이 파산하게 된다. 그 여파로 신용경색은 다시 심해지고 기업 채무불이행이 잇따르며 다시 보험회사 등의 추가 파산이 줄 이을 수 있다.

더욱이 부채담보부증권등이 거래되는 모기지 관련 증권시장보다 6배나 큰 시장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면 그 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몇 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자 그대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둠스데이(Doomsday·최후의 날)”라고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치외법권

CDS시장은 각국 정부의 감시·감독 영역 밖에 머물러 있다. 은행 등이 보험회사와 계약서를 쓰고 보험료만 지불하면 되는 시장이다. 최근 3~4년 새 국내 금융회사들도 외국 보험회사 등과 CDS 거래를 활발하게 해왔다.

금융상품 세일즈맨 가운데 가장 큰 재미를 본 게 CDS 판매 담당자들이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그들은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원초적인 두려움에 호소해 CDS를 팔았다. ‘돈 떼이면 우리가 해결해준다’는 게 그들의 판매전략이었다.

보험회사·헤지펀드 등 이른바 보장을 판매하는 쪽도 부담이 없는 상품이었다. 한동안 유동성 풍년으로 기업들의 파산 비율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보험회사 등의 경계 고삐가 느슨해졌다. “모기지 회사들이 유동성 풍년 시절 서브프라임을 마구잡이로 팔았듯이 보험회사·헤지펀들도 기업의 파산 비율이 급감하자 두려움 없이 CDS를 팔았다”고 월스트리트의 리스크 컨설턴트인 사타야지트 다스는 말했다. 뽀족한 대책은 없다.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 기업들의 파산을 피하는 게 최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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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