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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9 [편집국에서] 카트리나 모멘트! 세월호 모멘트? / 이제훈
배움블로그2014. 5. 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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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결정의 순간>을 읽지 않은 게 틀림없다. 박 대통령의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담화문을 읽고 든 생각이다. 부시는 이 책에서 “카트리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카트리나는 나의 두번째 임기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이 곱씹어야 할 반면교사다.

2005년 8월 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폰차트레인 호수의 둑을 무너뜨려 지역의 8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은 뉴올리언스를 수장시켰다. 공식 집계로만 1833명이 죽고, 재산 피해가 1080억달러다.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삶터를 잃은 이들의 생존 투쟁은 뉴올리언스를 살인·성폭행·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바꿔놓았다. 뉴올리언스는 흑인 차별로 악명이 높은 ‘디프사우스’(Deep South, 조지아·앨라배마·미시시피·루이지애나 주)에 속한다. “카트리나가 (부자 동네인)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나 마이애미의 사우스비치에서 일어났다면 지금처럼 대응했겠나?” 흑인인 레이 네이긴 당시 뉴올리언스 시장의 항변은, “세월호에 강남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면 정부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었겠나”라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카트리나는 2004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부시를 일거에 거꾸러뜨렸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시를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가 ‘정직’에서 카트리나 직후 ‘무능’으로 바뀌었다. 부시의 공화당은 2006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고 2008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그렇게 ‘카트리나 모멘트’는 결정적 사건을 계기로 지지율이 내리막을 걷는 현상을 일컫는 일반명사가 됐다.

‘대테러 대통령’ 부시는 재난 예방과 복구에 무능했다. 부시는 9·11 직후 신설한 국토안보부에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편입시켰다. 미 의회조사국은 이를 “카트리나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새로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은 이를 알고는 있을까.

부시는 카트리나 복구에 1100억달러(110조원)를 쏟아부었다고 자랑했지만, 뉴올리언스는 한 해가 넘도록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한 시민단체의 고발은 이렇다. ‘연방정부는 뉴올리언스의 쓰레기 치우는 사업을 야드당 23달러씩 5억달러에 발주했다. 하지만 실제 쓰레기를 치운 건 여러 단계의 하청을 거쳐 야드당 3달러를 받기로 한 업체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인건비에 고용한 남미계 미등록 이민자들이다. 불법체류자 단속요원한테 슬그머니 신고해 임금을 떼먹는 일도 많았다.’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인양 계약을 한 ‘언딘’에 우선권을 주려고 해군 특수요원 등의 구조작업을 뒤로 미룬 한국 정부의 행태가 떠오른다.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사기업에 팔아넘긴 국가 기능 아웃소싱(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사회화)의 민낯이다.

‘안보 대통령’ 박근혜는 세월호에서 탈출한 이들 말고는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처참한 무능 및 ‘공감상실 부실충만’ 대응과 관련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참사 34일째인 19일 담화에서야 눈물을 흘리며 책임을 인정했다. 누군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드리자’고 외치고, 누군 ‘악어의 눈물’이라며 냉소한다.

6·4 지방선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에 이르듯, 유권자 4130만4394명의 한표 한표가 모여 세월호 대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역사의 물결을 이룰 것이다. 어떤 역사를 원하는가? 선택은 당신의 손끝에 달렸다.

이제훈 사회정책부장

nomad@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9540.html?_fr=m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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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