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블로그2013. 8.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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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매가 아니라면 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 생활비 30% 인하" 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으로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기름값과 통신비, 약값, 반값 등록금 등 사교육비와 주요 서민생활비를 30% 경감하겠다는 공약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낄 정도다.

나는 기억하는 데 이 정부가 이 공약을 잊고 있는 걸 보니, 치매걸린 게 분명한 것 같다. 서민의 가슴을 쓰리게 만드는 이 대통령의 이 공약은 '레이거노믹스'에 심취하고, '대처리즘'에서 표본 모델을 찾은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 직전인 이른바 ‘신 자유주의 경제학’에 아직도 도취되어 있는 듯하다. 오죽하면 자기 나라 국민들이 스스로 별명까지 만들어 줬겠는가. 이른바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강부자, 고소영’ 정권이라며 서울시청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그 광경을 보고 "도대체 강부자 고소영이 뭐냐"고 물어 본다. 이에 통역이 5분, 10분씩 쩔쩔매면서 설명한다. 기가 막힌 21세기 찰리 채플린 버전의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1.월급 빼고 다 오른다

경제 불황의 직격탄으로 적자 가구가 사상 최대 26%에 달한다. 생활 고통 지수는 7년 3개월 만에 최악이고 물가 폭등은 굳이 숫자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 체감 실업률 6.8%, 생활 물가 상승률 6.5%를 합친 생활 고통 지수는 13%가 넘어간다. 소득 하위 30% 계층 중 절반은 지출이 소비를 넘는 마이너스 가구다. ‘경제 불황기에는 가장 밑바닥부터 박살이 난다’는 고전 경제 이론을 증명하는 현실이다.

이 단계에서 한국의 현재를 대변하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으니 그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거다. 2008년의 제2차 IMF 태풍을 전 국민들이 뒤집어 쓰고 나니, 이젠 물가 폭등이 고환율 때문이라는 것을 동네 유치원 꼬마 애들도 다 아는, 일반 시사 상식 수준의 고전이 되었다.

2. 자영업 초토화 카운터 다운

IMF 당시에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공공요금 억제로 틀어막은 덕에 한 고비 넘겼다. 그런데 이젠 공공 서비스 ‘효율화’의 허울 좋은 탈을 쓰고 민영화한 탓에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물가 폭탄에, 올해는 전기 요금은 산업용 4.5%, 가스 요금은 가정용 5% , 취사용 LPG 29% 폭등했다. 반년 만에 다시 찾아간 단골 김밥집 식당 메뉴판 가격표 숫자도 변했다.

지금 터져 나오는 트렌드는 이제 이른바 SSM, 소위 말하는 기업형 슈퍼로 자영업 초토화 카운트 다운 시나리오가 한국 땅에서 벌어지기 직전이다. 혹시 그 사실을 아는가? ‘600만 자영업’이니 ‘500만 자영업’이니 하면서 자영업자 숫자가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신문·잡지 뉴스와 같은 곳에서 쓰이는 나라는 전 지구상에 오로지 한국뿐이라는 것을.

 

3.자영업 600만 명 신화가 붕괴

자영업이라는 것이 이젠 단순히 장사하는 상인 수준이 아니라 자영업 문제=중산층+서민층 경제 코드로 자리 잡은 핵심 이슈다. 단순히 ‘삼성·LG 같은 회사들이 잘 나가고 있으니까 경제 회복’이라고 만세 부르기에는 자영업 몰락의 충격이 너무 크다.

올해 초에는 이미 자영업 600만 명 신화가 붕괴되면서 두 달 만에 41만 명(-6.5%)이 감소했다. 총 자영업자 중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숫자는 전체의 22.9%에 불과하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거리로 내몰리면서 실업자가 되는 데에 대한 대비책은 커녕 실업자 숫자 통계에도 안 들어간다.

4.거짓말 실업률 통계

이건 다 알고 있겠지? 한국의 실업률 통계가 거짓말이라는 것. 한국은 취직하기도 힘들지만 실업률 통계에 들어가기는 더 어려운 나라다.

결국 정책 효과 검증도 안 된 말 같지도 않은 녹색 뉴딜 50조 같은 ‘양의 탈을 쓴 그런 변종 녹색 건설 경기 부양책’은 때려치우고, 당장 청년 실업자나 폐업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 비 정규직 실업 급여 확대 지급, 실업 급여 기간 연장, 고용 보험법 개정이나 실업 부조 제도 같은 사회 안전망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은 경영 문제하고 직결 되는 문제다. 국회에 하도급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로 당장 통과시켜 줘야 한다.

신용 카드 수수료 인하는 정말 기본이다. 현재 한국의 신용 카드 수수료가 평균 2.1% 수준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 기준으로 미국1.88%, 유럽 기준1.17%, 호주 0.84% 수준에 국내 영세 가맹점은 3.6%까지 올라가고 업종마다 수수료 다 틀리다.

5. 저 신용자가 816만 명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지금 SSM(super supermarket) 문제와 맞물려서 핵심 관련법인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 영업시간 제한, 영업 물품 제한부터 더 이상 시장 논리로 담판을 짓기에는 지역 재래 시장이나 일반 상인들은 한계 상황의 선을 넘었다.

현재 상황이 6개월 후를 장담 못한다. 단순히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고 보자는 단계는 넘었다. 정부 조치가 없다면 셔터를 내리든가 하는 결단이 남아있다.

이밖에도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정상 대출이 불가능한 7등급짜리 저 신용자가 816만 명인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 총 경제 활동 인구의 25%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불가능해 갑자기 일이 터져서 돈 쓸 일이 생기면 사채를 써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 3000만원을 끌어다 쓰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월급 280만원에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는데 매달 200만원씩 쓰는, 진흙탕에 허우적대는 걸 본 적도 있다. 이런 경우가 바로 ‘신용 등급 때문에 한방에 빈곤층으로 곤두박질친다’는 케이스다.

6. 가계 부채 670조인 한국 땅

저금리의 꿀맛을 보는 사람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음지에서 오늘도 진흙탕 수레바퀴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가계 부채 670조인 한국 땅에서 그 끝이 안 보인다. 이러니 내수가 미래라고 제 아무리 정부에서 확성기 대고 떠들어도 듣는 당사자는 마치 해리포터 의 판타스틱한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 또한 소득이 줄어드니 소비로 쓸 돈은 없다.

학자금 대출 만기 연장부터 개인회생 제도까지 미국처럼 변제 기간을 3년으로 하향 조정해 빨리 정상 경제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내수 살려서 살아 남는 길이다.

저신용 신용불량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니 불법 채권 추심관련 대부업 법은 이젠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일상적인 이웃들 얘기가 된지 오래다. 건강보험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문제투성이다. 결론적으로 감세를 통한 내수 확대는 지난 1년간 이미 실패라는 게 증명됐다.

소비는 커녕 투자는 빙하기에, ‘과거 잃어버린 10년에 복지가 경제 발목을 잡았다’는 그 말이 지금 와서는 달라져 보일 것이다. 이제서야 복지 지출이 결국은 핵심 소비 계층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사회 안전망 확충에 따른 소비 여력을 만들어 내수를 살린다는 결론이 조금씩 보이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생각 나는 건 "자기 발등 자기가 찍었다" 라는 생각뿐이다.

경제용어 사전

●신 자유주의 경제학
자율 경쟁 체제에 기반한 정부규제 철폐, 기업구조 조정,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촉진,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공공예산 삭감 등을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사상

●SSM (super supermarket)
300~1000평으로 슈퍼마켓보다 크고 할인점보다 작은 소매점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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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