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블로그2014. 8. 25. 10:34
반응형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한국금융지주가 다른 금융투자회사가 부러워
할 만큼 잘 짜여진 포트폴리오에 탄탄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데는, 10년 전 한국투
자증권 인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원참치라는 제조업 기반의 재벌가 장남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일을 낸 것은 12억
원의 베팅에서 시작됐다.


    한국금융지주는 대형 은행이 중심인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한국투자증권이 자
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금융투자업을 주력으로 하는, 미래에셋증권과 쌍벽을 이루
는 금융지주사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한국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2004년
7월4일, 10년 전의 기억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렇게 꺼내 놓았다.


    "운이 좋았다. 나는 5천412억원을 썼는데, 나중에 2등으로 많이 쓴 칼라일이 5천
400억을 썼다고 하더라. 12억원 더 써서 인수했다. 물론 나중에 8억원을 더 지불했지
만..."


    5천412억원은 김남구 부회장이 직접 쓴 숫자다.


    "얼마를 써야하나 고민하다 마지막에 경영진들에게 물어보니 4천억~7천억원을 쓰
라고 하더라. 그게 말이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임원진 모두를 내보내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5천억원을 베팅한 서류 봉투를 임원 편에 보내고, 다른 한 임원에게는 빈 봉투를
보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께 인수 가격을 높이 쓰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안 된다"
고 했지만 김 부회장은 "떨어지더라도 높이 쓰고 떨어지겠습니다"고 했고, 아버지는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이 때 김재철 회장이 한신증권 인수 때 했던 일화가 떠올랐다.


    김 회장은 한신증권 인수가로 71억1천200만원을 썼다.


    "회장님이(아버지를 이렇게 부른다) 비딩을 할 때 상대방은 끝자리를 0으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조금 더해 끝자리를 1로, 혹은 2로 만들면 확률이 높아
진다고 얘기했던 게 생각이 났다. 5천412억원이 거기서 나온 숫자"라며 웃었다.


    "5천412억원. 다시 말해보세요. 5천412억원 맞지요?"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동원
증권은 인수가를 적어냈고 인수에 성공했다.


    이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김남구 부회장은 김재철 회장을 멘토처럼 따른다. 그
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칭찬을 딱 3번 할 만큼 깐깐하다.


    김재철 회장은 장남 김남구 부회장을 회사 입사 전 한달 넘게 원양어선에 태웠다
. 신분을 숨긴 채 배에 살던 김 부회장은 그 때 선친에게서 "수고했다"는 얘기를 처
음 들었다고 했다.


    일본 대학을 졸업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창찬이 이 노조와의 긴 싸움 끝에 동원
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이 마무리됐을 때였다.


    김 부회장이 재벌 2세지만, 다른 어떤 오너 경영자보다 직원들과 스킨십이 좋은
것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다.


    김 부회장은 "부친이 현역으로 계신데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지금도
많이 배우는 사부가 계신 만큼, 나는 나서기보다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아래집에 살면서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하는 김 부회장은 "예전에는 많이 혼
나고 했는데.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사이라 그런지"라며 웃었다. 그는 한달에 한 번
중국으로 가 공부를 할 만큼 중국 공부에 열심히다.


    적자의 늪에서 드디어 탈출한 베트남을 교훈 삼아 차근차근 해외에도 진출할 계
획이다. 인도네시아, 다음은 중국이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인수하는데 돈도 많이 썼고 직원들이 파업해서 고생도 했
다. 한투 고객 자산이 많이 빠져나가서 고민도 많았다"며 "결과가 좋아서 좋은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반응형
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