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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맆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부디 아프지 마라.


이번 시는 한국경제신문에 문화부장인 고두현씨의 해석을 함께 넣어보고자 합니다.

참 아름답고 속 깊은 사랑시입니다.시인은 이 가을에 '꽃처럼 웃고 있는'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까닭에'보이지 않는 꽃'이지만,그는 온 세상을'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으로 빛나게 하는 나의 '한 사람'입니다.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역시 그가 모르는 곳에 있으므로'보이지 않는 풀잎'이지만, 세상을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으로 완성하는 그의 '한 사람'입니다. 꽃과 풀잎의 시간을 지나 열매와 낙엽의 시간이 오기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해 더욱 애틋한 마음이 '부디 아프지 마라'라는 기도로 하나가 되는 순간 이별도, 그리움도, 삶의 잔뿌리들도 모두 하나가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는 풍경.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랑의 꽃과 풀잎이 싹을 밀어올리는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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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