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 투자자 : 장기적인 전략가
순종투자자는 단기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중간쯤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분의 경계는 물론 분명하지 않다. 장기투자자들과는 반대로 순종투자자는 모든 뉴스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나 단기투자자들처럼 모든 뉴스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주가가 상승할 때 투자를 했고 어떤 이유로,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이 심장마비에 시달리고 있다든지 혹은 남아메리카에 지진이 일어났다든지 하는 이유로, 잠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해도 투자를 금방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뉴스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자기 진단의 기초가 흔들릴 때, 그리고 기존의 판단과 위배될 때는 움직인다. 순종투자자는 그래프의 파동의 작은 흐름은 무시해 버린다. 그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직선의 큰 흐름을 따른다. 순종투자자는 다양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 화폐와 신용 정책, 금리 정책, 경제 성장,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 무역 수지,사업 보고서 등등. 그 결과 그는 매일 매일의 뉴스에 관심은 많지만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지적인 구조와 전략을 세우고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들과 이를 비교하고 평가해 본다. 간단히 말해서 순종투자자는 옳든 그르든 독자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를 단기 투자자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다.
금융자본가 역시 자기의 주관적 아이디어와 전략을 따른다. 그러나 순종투자자를 이런 금융자본가와 비교해 볼 때 순종투자자는 수동적인 참여자이다. 그는 시세 변동을 꾀할 수 없으며 오직 그 속에서 이익만을 얻을 따름이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경영이 부실해지면 그 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를 버리기를 택한다. 최고의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 사회와 동떨어져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한 고대 로마의 시인 호리티우스처럼 사고한다. 순종 투자자는 대중과의 별다른 교류없이, 별 볼일 없는 일로 손가락을 더럽히지 않고, 제품이나 먼지 쌓인 창고에는 들어가지도 않으며, 영업 사원들과 매일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이, 시가 연기에 휩싸인 채 흔들의자에 앉아 세계의 소음과 동떨어져 혼자 심사숙고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기기라고 해야 참 별 볼일 없는 것들로 전화,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신문 등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만의 비결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행간 사이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난 상관도 부하 직원도 없으며, 브로커나 은행원처럼 사람들에게 구태여 친절하게 인사할 필요도 없고, 신결질적인 고객을 달랠 필요도 없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해 어떤 것을 팔아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기 뜻대로 사는 귀족과도 같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마치 눈을 뜨고 자는 악어 마냥 항상 일상적인 위험에 익숙해져야 한다. 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훌륭한 배와 똑똑한 항해사일 것이다. 훌륭한 배란 무엇인가?돈, 인내,강인한 신경으로 무 장한 배이다. 그럼 똑똑한 항해사는 어떤 사람인가? 경험이 풍부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발자크는 <우아한 인생>이라는 글에서 인간을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 것도 안하는 인간의 세종류로 분류했다. 순종투자자는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란 아무 일도 안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순종투자자라는 직업은-직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약간 우습긴 하지만-한편으로는 기자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와 비슷하다. 뉴스를 먹고 사는 기자처럼 투자자는 뉴스를 찾아다니며 모은다. 기자는 그것을 기록하고 비평하는 데 비해, 투자자는 의사처럼 분석하고 진단한다. 진단 없이 의사는 처방할 수가 없으므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가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환자를 알아 가듯이 순종투자자는 금리 정책, 재정 정책, 세계 경제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상을 구상해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그는 자신의 참여 방식을 결정한다. 만약 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병이 진단한 것과 달리 진행된다면 그는 다른 진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세 직업의 종사자 중 실수를 범해도 그 직업에서 계속 남아날수 있는 사람은 기자뿐이다. 의사가 오진을 자주 하게 하면 언젠가는 환자들이 끓기며, 투자자 역시 언젠가는 파산하게 된다. 기자들이 접하는 위험은 투자자들이 접하는 위험과 같지 않다. 투자자들의 운명은 사실 줄타기 곡예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기자와 투자자 사이에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그들은 둘 다 예리한 시각을 요구하며 풍부한 상식과 지식,경험,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겸비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기자나 의사라는 직업과 다음 한가지 면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무기는 첫째도 경험이고 둘째도 경험이다. 나는 80여년간 증권계에서 쌓아온 내 경험을 내 체중과 맞먹는-사실 이제 내 체중은 별로 많이 나가지 않겠지만-금하고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은 크나큰 손실을 겪으면서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들 가운대 일생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는 사람은 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증권거래소가 어두침침한 곳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10여년 이상 활동한 사람이 확실히 얼마 전에 들어온 사람보다 제대로 처신할 것임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에 있어서 손실과 수익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앞뒤와 같고, 투자자의 일생 동안 쫒아다닌다. 조금 과장해서 묘사하면,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수익을 얻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이다. 주식 거래에서의 손실(-)은, 실은 경험상으로 보면 수익(+)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손실을 충분히 상쇄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때 수익은 손실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연구했을 때 가능하다. 사실 수익은 손실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연구했을 때 가능하다. 사실 수익보다는 손실을 입는 경우에 분석이 훨씬 용이하다. 주식에서 수익을 얻으면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적중했다고 생각하고 들뜨게 된다.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심각한 손실을 겪고 나거야 사건의 밑바닥으로 들어가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진지하게 분석해 보게 되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만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코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제를 전공한 자가 증권 거래소에 오려고 하면 무엇보다도 지난 날에 죽어라 배운 모든 것을 완전히 잊어버려야 한다. 그것은 부담스러운 짐이다. 경제학 전공자가 실물경제도 잘못 예언하는데 어떻게 증권시장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겠는가? 난 지난 25년 동안 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강연장은 항상 80퍼센트 정도가 경영학,경제학 전공자들고 꽉 찼는데 학생등은 재밋다는 반응을, 그리고 교수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교수들이 저를 협잡꾼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저도 압니다.그러나 좋은 협잡꾼이 나쁜 교수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경제학자들은 계산만 하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의 통계는 대부분 잘못된 것이며 그 통계 수치 뒤에 무엇이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책을 배운 내용을 모두 알지만 학습 내용과 현실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체험한 바에 의하며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사실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으로 무용한 이론에 대한 반성이나 자아비판의 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증권 거래소에서 우연히 만난 거래인과 한두 마디만 나눠보면 그가 경제학을 공부했는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부분 헤어나지 못하는 그들만의 코르셋에 꽉 끼여 분석과 논편을 한다.
이런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파리 증권시장에서 두번째로 큰 신탁회사도 경제학 전공자는 채용하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그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살며, 거시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괜히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은행이나 중개회사들은 아직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경제학도 중에서 이미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로 자리잡은 사람들은 내 친구이자 경제학 교수였던 알버트 한처럼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는 4천만 달러를 남겼고, 자신의 투자 성공담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는 내가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던 많은 어리석은 지식을 별로 안중에 두지 않았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증권 동물원-순종투자자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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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구하는 예술가의 모습.
가지마 가지마. 흐른다. 연말에 분위기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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